이전 부서에도 자주 퇴사를 생각하곤 했었는데, 고객센터에 와서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마치 이 일이 안맞아서, 힘들어서 퇴사를 생각하나 싶겠지만, 그보다는 나의 '불만족' 성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오늘 퇴사를 결심한 동료에게 10년을 다녀보니 이만한 회사가 없더라, 갈 곳을 정한게 아니라면 휴직을 하든지 버텨보아라, 등의 조언을 해주었다. 정작 내 코도 풀지 못하는 실정에 말이다.
8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 고객센터에서 가장 어려운 건 항의하는 고객, 진상 고객보다도 내부 선임들과의 갈등이다. 최전선에서 고객을 대해야 하는 업무인지라 급박하게 다루어야 하는 상황들도 많고, 고객들이 무섭고 급한만큼 상담원이 매니저에게 해야하는 요청도 다급해진다. 까다롭고 예미한 고객들은 윗선과의 통화를 원하고, 이런 유형의 고객들만 상대해야 하는 매니저의 입장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 역시도 그들이 매니저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이유이고, 인바운드 상담사는 콜 수신에 집중하고, 매니저와 지원담당자는 까다로운 고객에 대한 능숙한 대응 및 해결로 서포트해 주는 것이 그들의 일일 것이다.
처음 복귀해서 어버버 하고 있을 당시 내가 속해 있던 팀의 매니저는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전달받아야했다. 나름 나는 간단 명료하게 요청한다고 한건데, 그녀는 소리를 크게 질러대며 짜증을 냈다. 당황스럽고 수치스럽고 뭔가를 물어보기가 겁났다. 당시에는 내가 전달을 잘못했구나 자책했는데, 지금 보니 팀내에서 그녀는 시또(시간마다 변하는 또라이)라고 불릴 정도로 악명이 나 있었고, 직원의 약점을 악용하여 마음의 상처를 내기로 유명하여, 3년차 미만의 직원들은 그녀의 팀으로 가길 꺼려했다.
나도 그녀의 팀에 있을 당시 주말에 잠을 못잘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불합리한 언행에는 맞대응하고, 더 윗선의 파트장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그녀도 그런 내가 불편한지 더 크게 반응하는 듯 했고, 결국 나는 다른 팀으로 배정 되었다.
매니저 외에도 콜을 받고 나면 각 부서로 어떤 클레임이 들어왔는지 접수하여 알려야 하는데, 이 때 잘못 접수하거나 담당자를 헷갈리거나 하면 또 혼쭐이 난다. 여기서 일하고 있노라면, 나는 맨날 혼나야 하는 존재인가, 내가 여기서 일하는 것이 맞나, 자괴감이 들어 퇴사 혹은 부서이동을 돌연 생각하게 된다.
퇴사를 생각하는 동료가 물었다.
이전 부서는 여기보다 낫죠?
물론이죠, 라고 답했지만, 생각해보면 그 때도 힘든 일은 많았다. 각기 다른 스타일로 고충이 있는데, 마치 예전에는 너무 좋았던 양 얘기하는 내가 얄팍하지 짝이 없었다. 며칠전엔 노동조합에 메일 보낼까 한바탕 장문의 글을 작성해 놓기도 했다. 내가 이 곳에 일하게 된 부당함에 대하여 노조는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차마 발송은 못하고 메일 전문을 적어본다.
노동조합에게 드리는 안건
안녕하세요 고객상담팀 000입니다. 위원장 취임에 축하 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육아기 딘축근무 사용으로 위원장 후보 위세 때 참석하지 못하여 궁금한 사항 문의 드리고자 메일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궁금하기보단 억울하다고 봐야할 것 같구요, 이렇게 노조측에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 노조측에서 해결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딱히 어디에 말해야 할 지 몰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일단 저는 육아휴직 전까지 CP직 총괄을 맡았구요, 도서의 해제 및 기초정보 입력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모바일인터넷마케팅팀 소속시 각종 엠디들의 이벤트 업무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new메일 자동화 시스템을 기획하고 구축한 본인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상품전략팀으로 흡수되었고, 모두 일반직이 되었습니다. 제가 일하면서 숙원해온 일이기도 합니다. 모두의 일반직이요. 육아휴직 중 팀원들의 퇴사 및 일반직 전환이 있었고, 결국은 모두 통합되어 일반직이 된 일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시기와 맞물려 복직한 저는 얘기가 달랐습니다. 일반직으로 통합된 부서에 제자리는 없었습니다. 대신 부장님, 차장님들이 뉴메일 업무를 하시더군요. 제가 일할 당시 뉴메일 업무의 담당자가 많아 일반직 전환이 힘들다는 메시지를 분명 들었었는데, 업무 인원도 5명이나 되는데 하는 일도 똑같다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갈 곳은 고객센터, 물류직, 매장직, 도서관 cp직 뿐이고 그나마의 TO도 없었습니다. 그래 TO가 없는데 어쩌겠어, 체념하는데 상품전략팀의 사내공모가 있었습니다. 모르는 업무는 아니었고, 복직한 제가 갈 곳은 그 곳이 아니었나,TO가 없는것도 아닌데 나는 고려 대상조차 아닌 것인가,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사내공모에 지원했습니다. 서류에서 탈락했고 어떤 사유도 듣지 못했습니다. 자존심도 상하고, 이제 일반직은 못가는거구나 체념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8개월간 고객상담팀에서 근무 중인데, 문득 억울한 생각이 들었고, 이런 부분이 노조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논제들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일반직은 자를 수 없어서 CP직의 근무를 그대로 이어받아 하고 있고, 정작 그 업무를 하던 직원은 자리가 없어 고객센터, 물류직으로 전전해야 하는 것이 합당합니까? 전문직으로 근무하다가 휴직한 자의 부서가 일반직 전환이 되었을 때, 그 직원의 처우는 다른 전문직으로 전전하는 것이 최선입니까? 이런 사례는 제 개인적은 운일 뿐인건가요?
노조의 입장에서 이런 사례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쓰고 보니 이후의 후폭풍이 두려웠다. 노조에서 마무리가 될 일인지, 해당 부서의 직원들과 사이만 서먹해지는게 아닌지, 인사과에 낙인 찍히는게 아닌지 여러모로 걱정이 밀려왔다. 이렇게 해서 내가 일하던 부서로 간다 한들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내가 원하는 것이 예전 부서로 돌아가는 것은 맞는지, 그저 일반직이 되고 싶은 것 뿐인게 아닌지 나조차도 향방을 모르니, 메일을 보냈다간 웃음거리만 될 것 같았다.
10년째 쳇바퀴돌듯 같은 고민.
퇴사와 버티기의 줄다리기.
타인에게는 버티라는 조언.
어불성설이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