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휴가

by 수박씨

핸드폰을 두고 오늘 날이 종종 있다.

핸드폰은 그냥 핸드폰이 아니다. 종이책은 거의 들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이북도 있고, 금융정보도 있으며, 넷플릭스도 있다. 더군다나 지갑형으로 들고 다니기 때문에 각종 카드를 비롯한 결제수단이 핸드폰에는 있다. 그런 연유로 핸드폰을 두고 왔더라도 남편을 소환하여 꼭 들고가야만 했다. 그런데 오늘은 현금이 있었다. 엄마가 아이들 맛있는거 사주라고 주셨던 5만원이 마침 가방에 있었던 것. 다행이다 싶어 현금으로 모처럼 지하철 탑승권을 구매했다. 1350원에 보증금 500원. 카드형식이라 보증금이 있는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현금으로 탑승권 결제를 하고 드디어 지하철을 탔다. 모두들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책도 없고 핸드폰도 없던 나는 멀뚱멀뚱 지하철 안내 방송에 나오는 화재시 대피 방법, 에티켓 광고를 몇번이고 뚫어져라 봤다. 멀뚱한 그 시간이 참 낯설었다.


요즘은 넷플렉스에 절찬리 방영중인, 이미 큰 화제를 모으고 종영한 <부부의 세계>를 보고 있었다. 출퇴근길, 점심시간 등 혼자있는 시간이면 넷플렉스를 켰다. 1시 점심시간은 거의 혼자 도시락을 싸와 먹는 편인데, 아뿔사 핸드폰이 없었다. 뭐하면서 밥을 먹지? 터덜터덜 휴게실로 왔는데, 여태 보면서도 그냥 지나쳤던 서가의 책들이 눈에 들었다. 영업팀에서 주는 신간들로, 베스트셀러같지는 않았고 이름없이 묻혀진 신간들이 차곡히 쌓여 있었다. 그 중 몇개의 에세이집을 골라 자리를 잡았다. <나의 작고 귀여운 행복>이 첫책이었고, 후르륵 읽었는데 일기같기도 하고, 나의 일상과 다를 바 없는 사연들이 정겨웠다.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살고 있구나, 어,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아 강아지를 키운다는 건 육아랑 참 비슷하구나 등..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 보는 듯한 에세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퇴근길에도 책을 들고 집으로 갔다. 핸드폰 없는 시간이 불편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는 핸드폰과의 격한 재회를 맞이했다. 핸드폰 너...이젠 절대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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