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성수기

by 수박씨

올 1월도 그랬지만 지금 온라인 주문은 역대급 성수기를 맞고있다. 학기가 시작되는 8월 말부터가 성수기의 시작인데, 코로나 2단계와 맞물리면서 사상 최대의 온라인 주문율이라 했다. 보통 2천콜 후반~3천콜 초반이었언 콜 유입율이 성수기는 8~9천콜을 넘어섰다니, 얼마나 주문량이 급증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문제는 온라인 주문량이 폭주하여 물류에서 밤샘작업을 해도 60~70%밖에 작업을 못한다는데, 그렇다면 홈페이지에 주문량 급증으로 지연될 수 있다는 문구를 공지해야하는게 서비스 아닌가. 당일출고, 익일배송 말만 믿고 당사에서 구입한 소비자들은 배송일정에 대해 노발대발이다. 지연되고 있으면 미리 공지를 해야하지 앉냐고. 백번 맞는 말이다. 공지는 하지 못하고 지연되는 주문건에 발송되야 하는 날 문자로 안내하다가, 이제야 겨우 주문 결제 부분에 자그맣게 지연 가능성 문구를 추가했다.


마케팅 담당자가 아니라서 배송일정이 얼마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학기철 한시적으로 주문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우리 회사의 대처가 그리 좋은 이미지를 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학기철 교재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우리 상품만 보지 않는다. 지마켓, 옥션, 11번가 등에서 재고가 있고, 가장 빠르게 주문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여 주문할 뿐이다. 그런데 주문하고보니 배송지연? 품절? 거짓말쟁이 회사. 우리 회사에 대한 이미지 손실이다. 사과의 의미로 포인트를 넣어준다고 해도 이제 ㅇㅇ은 이용 못할 것 같다며 손사레를 치는 고객도 있었다.


소비자를 직접적으로 만나는 업무다 보니 회사 입장보다도 고객 입장에 더 기울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문구 하나 수정이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인건지 이해도 안된다. 그러나 일개 상담원이 뭘 알겠는가. 그저 고객한테 미안하다고 사죄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극심한 성수기에 고객에게 시달릴수록, 상담원들끼리는 이상하게 끈끈한 전우애같은 것이 생긴다. 고될수록 정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오늘은 이런 고객이 있었다, 도대체 회사는 왜그러는거냐 등의 넋두리가 오가다 보면 이심전심 하는 맘으로 하루가 견뎌진다. 내일을 여는 힘이 되어준다.


오늘도 배송지연에 대한 항의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쏟아지는 햇빛아래, 태풍 이후의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퇴근하는 하루가, 아이들을 데릴러 가는 지금 이 시간이, 그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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