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인센티브로 세일 중인 티셔츠 두 개를 골랐다. 옷이나 내 것을 살 때마다 나는 어머님이 마음에 걸렸다. 집에서 아이들 보느냐 고생이신데 내 것만 사도 되나. 이번에는 어머님 로브도 하나 집어 들었다. 매번 사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가끔 같이 사드리곤 하는데, 10만원 인센티브 받아서 어머님 것도 하나 샀어요 하고 드리니 참 좋아하셨다.
엄마가 같이 있었다면 엄마것을 샀겠지. 어머님을 챙기고 보니 엄마가 생각났다. 이왕 사는거 엄마것도 하나 고를껄. 엄마는 뭘 좋아했지? 어떤걸 즐겨 입더라..
어머님은 취향이 확고하고 나랑 체구도 비슷해서, 특정 스타일의 옷을 보면 어머님한테 어울리겠다 생각이 번뜩 든다. 엄마는 늘 누가 준 옷이나 딸들이 안입는 옷을 입은 터라, 체구도 많이 작아서 선뜻 엄마 옷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엄마. 참는게 특기인 우리 엄마. 주말에 어머님은 쉬러 본가에 가시고 엄마가 잠깐 들렀다. 아이들이 잠이 들어 엄마는 거실에서 애들이 늘어놓은 퍼즐을 주섬주섬 맞췄다. 한참을 맞추더니 다했다며 건네주는데, 나는 경악했다. 모양이 하나도 안맞은 체 그냥 퍼즐조각을 끼워만 둔 거였다. 그래 어려울 수도 있지. 그래도 완성된 퍼즐이 이상한 건 알아야 하잖아..다맞췄다고 주는건 이상한 거잖아..엄마의 인지능력이 이렇게나 떨어진 것인가, 걱정이 몰려왔다. 일부러라도 맞추라고, 방법을 알려주면서 엄마가 완성하길 기다렸다. 엄마는 계속 틀렸고, 계속 아무 데가 퍼즐 조각을 구겨넣었다. 걱정이고 슬픔이었는데, 이상하게 엄마한테 화를 냈다. 비가 철철 내리고 있었다. 퍼즐을 대충 완성하고는 아빠랑 저녁먹어야겠다며, 쏟아지는 빗속에 집에 간다고 했다. 밥먹고 가라고해도 마다했다. 엄마는 늘 그랬다. 화가났다. 엄마가 가고는 한참을 울었다. 퍼즐은 왜 그렇게 맞춘거며, 이 비에 꼭 그렇게 밥도 안먹고 가야하는 거였나.
엄마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엄마에게 상냥한 딸은 아니었다.
어렸을 땐 다 아빠 잘못이라고 생각했지만, 크고 보니 엄마가 얼마나 독불장군인지, 본인의 욕구는 무시하고 타인에게 맞춰져 있는 엄마의 정신이 얼마나 아픈 상태인지, 본인을 얼마나 돌보지 않는지, 타인의 돌봄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가 답답하기만 했다. 답단한 마음을 나역시 아빠처럼 화내고 몰아세웠다.
어렸을 땐 엄마밖에 없었는데.. 무엇이든 다 해주는 엄마, 화내지 않는 엄마가 너무 좋았는데..엄마도 지금 혹시..너무 외로운 건 아닐까.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내일은 전화나 해봐야겠다. 화내지 말고. 엄마 옷도 골라봐야지. 신경과 병원도 예약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