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원이 되어 생긴 습관들

by 수박씨

상담원으로 지내며 바뀐 몇가지 풍경들이 있다.


1. 날씨 걱정

코로나, 태풍같은 천재지변은 배송에 차질이 생기는 1순위다. 계속적으로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코로나로 이동이 제한되어 온라인 주문량이 급증하거나, 모두 약속한 날짜에 배송해 주긴 어려운 실정이다.


항공사에서 일했던 한 동료가 말했다. 날씨 걱정은 그 때도 했었지만,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비행기 못뜹니다"라고 하면 끝이란다. 그런데 배송은 '무조건 무조건' 그 날짜를 지키라고 아우성이다. 언제부터 우리의 배송문화가 이렇게도 빨라진건지, 기다림의 미덕은 더이상 기대하기 힘든건지. 새벽배송까지 생긴 요즘에는 하루 이틀 배송이 늦는건 체감으로는 일주일 이상 늦는 기분이니 말해 뭐하겠는가.


날씨는 맑아야 한다. 비도 눈도 많이 오지는 말아야 한다. 자나깨나 날씨 걱정.


2. 선 사과 후 양해


처음 상담할 때는 워낙 비슷한 요청들이 오고 보니, 해결책 제시를 먼저했다. 책을 바꿔주겠다, 환불을 해주겠다 등 섣부르게 잘난척 한거다. 그런데 고객은 해결책도 중요하지만 사과를 원했다. 당연하게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고객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지금은 매우 공손하고 죄송한 목소리로 "불편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로 시작한다. 집에서도 곧잘 '미안하지만~'으로 시작하는 나의 대화법에 아들도 요즘엔 이렇게 말한다.


"미안하지만, 이것 좀 치워줄래?"


3. 마인드 컨트롤


전화를 받기 전, 마실 물, 커피, 확인할 사항들을 미리 체크하고 전쟁에 임할 준비를 한다. 지각따윈 없으며, 20분 전 출근을 목표로 하고, 성수기엔 더 일찍 가야겠다 마음먹고 있다. 9시 넘어서도 종종 출근한 적이 있었던 나로서는 놀랄만한 변화다. 긴장감 최고의 업무 덕에 성실녀로 거듭나고 있다.


4. 기록

브런치에 이렇게 많은 글을 쓰게 될 줄 몰랐다. 급변하는 상황과 다양한 고객들, 마음의 부침들이 글을 쓰게하는 원동력이 되어준 것 같다. 무언가를 쓰고싶은 욕구는 가득했으나 미루기를 반복했던 건 게으름 때문만은 아니었나. 하고싶은 말이 명확하지 않았던 것일까. 지금도 뭐 명확한 거라곤 없지만, 넋두리라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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