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by 수박씨

1시 점심 식사자는 전체 7명이라 휴게실에는 사람이 없다. 휴게실에는 열댓명이 같이 앉아 먹을만한 큰 테이블이 놓여져 있는데, 코로나 2.5단계에도 12시면 테이블에 점심 식사자들이 다함께 모여 식사를 했다. 음식점 나가기가 조심스러워 더 도시락을 많이 싸왔는데, 이렇게 같이 숟가랃, 젓가락을 나누어도 될까 걱정이 되곤 했다. 그래도 에이, 뭐, 설마 하면서 즐겁게 식사하긴 했고, 아직까지 별 탈은 없다.


그런 점에서 1시 점심은 안심이 되었다. 이번주 1시 점심 식사자 중 한명은 2개월차 신입사원인데, 같이 도시락밥을 먹게 되었다. 12시 때는 사람이 많아 말하기 어려웠던 것도, 1시는 들을 사람이 나밖에 없다보니, 나도 그 신입사원도 허심탄회한 얘기들이 오갔다.


오늘은 맹하다는 소리를 고객에게 들었다고 했다. 네? 직접적으로요? 라고 되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모르는 사람 면전에 그런말을 할 수가 있는거지.


그 말이 나온 이유는 대학교를 다니는 딸의 과제 때문이었다. 온라인 주문 급증으로 출고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안내는 별로 없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라, 배송지연으로 무료 반품 가능하다, 매장에 재고가 있다면 매장에서 구매하도록 도와주겠다..그마저의 선택지도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학 교재, 학교 교재는 주문량이 많기 때문에 일시품절도 많이 되고, 출판사 수급이 원활하지가 않다. 그런데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학기가 시작되고, 과제를 해야하기에 마음이 급하다.


신입사원은 구구절절 출고지연에 대한 사과와 양해를 구했을 것이고, 고객은 네네 하며 연신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객의 어머니가 전화를 뺏어들고는 딸에게 소리쳤다고 한다.


지금 니 점수가 깎이게 생겼는데 네네만 하고 있을거야?


엄마가 재촉해도 신입상담원이 같은 말만 계속하자,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아휴, 왜이렇게 맹해?


본인 딸같은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신입상담원은 그 일 말고도 여러 고객의 무관심하고 독기어린 말들로 상처받고, 화장실 가서 울고, 집에가서는 토까지 했다고 한다. 지금이 성수기 중에서도 극성수기라 그렇다고, 비수기 되면 괜찮아질거라고 다독였다.


내가 처음 콜을 받기 시작했을 때도 비슷했다. 올 1월 코로나 이후의 첫성수기였고, 재고문의만 받는데도 200콜을 찍곤했다. 회사는 9월 2학기에도 1학기와 별다를 바 없었다. 코로나도 처음에나 이유가 됐지, 한번 겪은 고객들은 대책없이 2학기를 맞은 회사를 이해하지 못했다.나도 마찬가지다.


신입 후배는 다음 날도 매니저에게 혼나고는, 적응할 수 있을까요,라는 말만 되뇌였다. 나도 마찬가지의 길을 걸어왔기에 성수기만 지나면 좀 괜찮아진다, 라고 안심 시키며(안심되어 보이진 않았지만..) 조금만 버텨보자라고 했지만, 나역시도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곤 한다.


말을 너무 많이 해서인지 침을 삼켜도 목구멍으로는 물기가 가지 앉고 계속 마른 느낌이다. 흰머리도 부쩍 많아진 것 같고, 염색안한 검은머리도 많이 자랐다. 성수기가 끝나면 미용실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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