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주문의 급증으로 전화 문의도 많지만, 홈페이지 문의글, 일명 고객의 소리(voc) 문의도 하루 몇천건씩 들어와 밀려있는 상황이다. 결국 주말근무로 전직원이 투입되었는데도 아직도 미처리 문의건이 많다고 한다. 여튼 전직원 대상이라 팀별로 주말근무에 대한 공지를 했고, 주말근무가 불가능한 직원은 개별 연락을 달라 했지만, 그렇게 말한 직원은 거의 없는듯 했다.
우리팀도 곧 공지하겠거니 기다렸는데, 어쩐지 금요일 퇴근까지도 별도 공지는 없었다. 어찌된 일인가 보니, 단축근무자나 몸이 약한 분들이 있는 우리 팀은 나올 수 있는 사람에게만 개별 메신저로 공지한 것. 전체 공지로 띄우면 충분히 부담될 만한 내용이기에, 매니저님의 배려에 감사했다.
주말근무는 감사하게도 면했지만, 출근하고픈 마음도 있었다. 주말의 일상은 세 명의 아이를 혼자 케어해야 하는 날들이기에, 회사에서 메일 문의에 답변하며 하루를 채우고 싶기도 했다. 전화는 오지 않으니, 좋아하는 음악이나 라디오를 들으며 처리할 수도 있겠지, 추가 수당도 들어오겠지, 라며 상상했지만 현실은 주말내내 씻지도 않은채로 삼시세끼 차리기, 간식 챙기기, 아이들과 뛰놀기, 낮잠 재우기(자면 다행..), 심심하다고 보채면 또 놀거리를 찾아 헤매기, 티비를 너무 오래 보여줬나 싶어 죄책감에 티비 끄고 다시 놀기 등을 반복하며 주말을 보냈다.
사실 주말같은 일상이 휴직 때는 365일 똑같았다. 어린이집을 보내긴 했지만, 코로나 시기에 휴직이었다면 나는 미쳐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많은 엄마들이 미쳐있기도 하고. 아빠가 자주 쉬어줄 형편도 못되기에, 집콕을 면치 못할텐데,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365일 지지고 볶고 있다간, 아마 우울증에 시달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항의가 많든 회사 시스템이 어떻든, 육아 외에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감사한 일이다. 육아만이 전부였을 땐 아이들 인생이 내 인생인 양 동일시하고, 남편과의 갈등으로 속상할 때도 한가지 생각에 매몰되곤 하는데, 일단 밖에 나와 일을 하고 다양한 관계를 맺다 보면, 생각과 스트레스가 분산되었다. 나를 가꾸고 출근을 하는 단순한 일과가, 가족 중심이 아닌 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상이 감사했다.
잘잘법의 김학철 교수님은 진짜 나를 찾는 사람들에게 '진짜 나'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역할과 환경 속에서 내 모습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무수히 변하는 역할 속에서 나다움을 지켜나가는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엄마로서의 나, 아내로서의 나, 며느리와 딸로서의 나, 회사 직원으로서의 나, 이런 조각들이 많아지는 것도 괜찮겠다. 한 가지 모습의 나로 살기보단,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관계하며 살아가는 나는 더 풍성하겠지.
이런 '나'의 조각이 많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