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상담원은 글렀다!

by 수박씨

나) 온라인 주문하시겠습니까?


고객) 온라인이 뭔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인터넷 주문 이해만 시키는데 몇 분여를 쓰고, 전화 주문을 위한 필수 항목을 그냥 물어보도 채워 넣는 데만 십여분을 보냈다. 말귀를 잘 못 알아 들으셨다.


전화 상담할 때 발음이 안들 리거나 주변 소음으로 듣기 어렵거나, 고객이 못 알아듣는 때만큼 어려운 게 또 없다. 말로만 소통이 되다 보니 서로 답답하다. 지난번에는 전화주문을 해달라고 하는데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고, 어쩌다 알아 들었어도 출판사명도 모르고, 정확하지 않은 시험 과목명만 얘기했으며, 심지어 9권이나 되었다. 이건 안 되겠다 싶어 '도와드리기 어렵습니다'라고 했더니 가시나 어쩌고 하며 그야말로 쌍욕을 했다. 아, 정말 쌍욕도 먹는구나! 깊은 빡침과 함께 나는 상담을 종료하겠다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희한하게 그런 고객들은 오는 날이 따로 있는지 동료들도 여럿 욕하는 분을 만났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이번 고객은 그런 분은 다행히 아니었다. 그냥 연세가 많아 조금 잘 못알아듣는 정도였다. 무사히 책 주문을 마치고 클릭하는 찰나! 할아버님이 말씀하셨다.


아차차차차! 미안해요, 내가 두 명을 깜빡했네! 두권 더 추가해줄 수 있어요?


2권을 다시 주문해야 하는 건데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정보를 다시 받아 주문해야 했다. 애써 짜증 안 난 척 이를 앙 물고 주문을 다시 했다.


아이고 미안해요. 얼른 두 권 더하면 되지 뭐~


대답도 안 하고 주문을 다시 하는데, 빨리 하려고 하다가 할인가 적용으로 주문해 버렸다. 전화할 때는 이상하다 싶었는데 일단 종료하고, 다시 보니 내 실수였다. 녹취를 들어가며 지난 주문들은 다 취소하고 최종 주문처리한 후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실수가 있는 관계로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를 내며, 재주문했노라 양해를 구했다.


허허 어쩐지 책값이 싸더라니~ 알겠어요 친절한 상담 고마워요~


할인 주문이 됐다가 정가로 바뀐 거라 클레임 소지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할아버님은 너그러이 웃어주셨다. 친절하다고까지 하면서.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2권 더 주문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거라고 그렇게 짜증스러운 마음이었는지. 고객님 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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