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의 노예

by 수박씨

인센티브를 받기 시작한지는 3개월여다. 매달 실적표와 모니터링 점수표가 메일로, 메신져로 전송되지만 사실 관심도 두지 않았다. 단축근무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내가 인센티브 대상자가 되고 보니, 실적표를 꼼꼼히 살펴보게 되고, 모니터링 점수를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됐다. 이전에도 89점 받은 적이 여러번 이었는데, 그냥 잘 안나오네 하고 말았지, 아니 이번엔 왜이렇게 낮게 나온거지? 하고 의문을 품지 않았다. 받아본 자와 안 받아본 자의 차이렸다!


모니터링 , 콜 인입수, 작업시간, 친절 &불친절, 근무태도로 점수가 매겨지고, 합산한 점수가 80점 이상은 10만원, 85점 이상은 20만원, 90점 이상은 30만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나는 간당하게 턱걸이로 80점을 넘어 인센티브를 받아 왔는데, 모니터링 점수가 떨어진걸 보니, 이번달 인센티브는 못받는구나 싶었다.

도대체 어떤 콜을 들었기에 점수가 이렇게 떨어졌을까? 아뿔사, 캐쉬 환불에 대한 문의였고, 정확하게 안내하지 못하고 어버버하게 안내한 건이었다. 매니저님 확인해서 문자안내 한 건인데, 일부러 이런 콜을 골랐을까? 점수를 잘 주기 위해 보통 평이한 콜을 고른다던데, 나한테 악감정이 있나? 왜 하필 이런 콜로 점수를 매겼을까? 별의별 추측을 다하게됐다.


콜이라도 많이 받으면 만회할 수 있을테지만, 요즘 다들 콜을 쭉쭉 뽑고 있는 듯하다. 표면적으론 절대평가지만, 인입되는 콜수를 상담원끼리 나눠 받는 것이기에, 누군가가 많이 받으면 누군가는 떨어지게 되어있다. 오는대로 받고 있지만, 이전처럼 콜수가 늘지 않는걸 보니 다들 열심히 받나보다 싶었다.


이런 참, 10만원이 뭐라고!! 아무래도 인센티브의 노예가 된 것 같았다. 10만원 못받을까봐 안절부절인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


그런데 친구들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성과급여가 나오는데 본인만 B+라 다른 동료의 절반정도밖에 못받는다는 얘기가 메신져를 통해 들려왔다. 일도 잘하지만 윗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 또한, 직장인의 숙명이다. 아이들 케어로 퇴근하기 바쁜 그녀는 상사 눈엔 그저 일보다는 육아가 먼저인 엄마일 뿐이었다.


또 다른 친구가 점심시간에 잠시 다녀갔다. 딸아이 작아진 옷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곤 했는데, 오늘도 자그만 쇼핑백에 아이들 옷을 챙겨갖고 왔다. 한창 아이들 교육 얘기에 심취하다가, 7급 승진 대상자이고 본인이 가장 연차가 많음에도 밀려 속상하다는 속내를 전했다. 그들은 휴직한적 있니? 라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휴직 때문은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이상하게 관계가 있어 보였다. 엄마들은 승진이, 성과가 자꾸 밀려난다.


그러면서 친구는 국중(국립중앙도서관) 공고를 보여줬다. 국중은 사서라면 한번쯤 생각했을 직장인데, 공무원이 됐음에도 그녀는 늘 국중 시험을 봐왔고, 한동안 잠잠했으나 진급까지 밀리니 다시 시험을 보고싶은 모양이었다. 열심히 공부할 자신은 없지만, 시험은 보고싶은 그런마음, 나도 안다. 나도 그 공고를 보고 한번 더 해볼까 싶어 잠깐 고민도 했다. 나이 마흔에 신입?공무원 공부? 들어간다고해도 정년까지 다닐 수는 있을까?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아니다 싶었다. 친구에게도 같은 급수고, 그쪽 승진도 밀려있다는데, 똑같은 고민 아니냐, 그냥 있는게 좋겠다, 라고 말하면서도, 그렇게 계속 거기 못가서 아쉬운거면 가버려!라고 얘기했다. 그게 뭐 쉬운일인가, 둘 다 알고는 있었지만.


인센티브에 눈 멀 정도로 나는, 이 곳 고객센터에 꽤나 적응했다. 3년여의 휴직으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서에 와서 마음고생했지만, 그래도 잘하고 있다고 다독여본다. 그리고 복직하여 고군분투하는 나의 모든 친구들, 이 시대의 워킹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매거진의 이전글한 달에 3만원, 더 받을까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