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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Jun 02. 2023

에밀을 통해 내 아이를 돌아보게 되었다.

에밀 - 장자크 루소

슬로우리딩5기 (2022.6.20~7.29)

에밀 - 장자크 루소


학창 시절 시험문제에 한 번씩 등장하던 장자크 루소의 ‘에밀’을 어려운 철학서적이라 생각해서였을까, 딱히 다시 읽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니, 잊고 살았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고 난 후 읽게 된 ‘에밀’은 육아서의 교과서라 감히 말하고 싶을 정도로 상당히 의미 있는 책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에밀’을 읽음으로써, 가상의 인물인 ‘에밀’의 성장을 통해 나의 아들을 돌아보게 된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육아서를 탐독하며 육아를 한 사람도 아니었고, 내가 편하려고 내 방식대로 아이를 키웠던 행동들이 본의 아니게 아이 성향과 맞아떨어져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편이긴 하다. 물론 청년기에 접어들면서 점점 자아가 형성되면 다른 면모가 나타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루소가 철저한 어떤 신념, 정념을 가지고 계획한 대로 에밀을 키워왔다면, 나의 육아방식은 그에 비하면 가히 날 것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아이들마다 성향도 다 다르고 하다못해 양육자인 부모나 가르치는 선생님도 모두 다 다르기에 어떤 양육서를 갖다 놓고 이론을 풀어놓는다 해도, 그 다양성으로 인한 오차 때문이라도 남이 말하는 육아방법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루소가 이 글을 쓴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그들의 교육관과 지금의 교육관, 그리고 지켜야 할 정념 같은 것들은 변함이 없다는 것도 놀라웠다. 역시 불변의 법칙은 고전 속에 존재하는 그 무엇인 것인가.


어린아이는 부모의 울타리 속에서 자라나게 되는데, 비록 아이가 세상의 편견에 흔들리고 꺾일지라도 보호해 주며 교육을 통해 성장시켜야 한다. 그리고 자연, 인간, 사물을 적절히 융합해 활용하면서 아이를 내적 성장과 경험을 통해 잘 살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사회 속에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규칙의 완급조절을 잘해 나갈 수 있도록 키워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아이를 잘 관찰하고 어떻게 키워내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나는 아이가 살아가면서 힘든 일을 겪더라도 잘 견뎌낼 줄 아는 사람으로 키워내고 싶다. 인내심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덕목이다. 이는 훈계나 지식을 통해서가 아닌 경험과 실천이 쌓여야 가능하다. 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며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다.


인생을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인생을 잘 느끼다 죽은 사람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어떻게 살아내느냐가 중요하다. 나 역시도 한 아이의 엄마로서 나의 의무에 최선을 다하며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한 인간을 사회에 내보내기 위해서는 가정의 화목은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참 성장 중인 아이에게 완벽함을 요구하기는 무리가 있다. 어른들도 늘 부족하고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의 본성을 존중해 주고 보호해 줘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하지만 꽤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의 잘못된 고집을 꺾는 방법에 대한 루소의 명쾌한 해결책이었다.


 ‘아이보다 당신이 더 고집 세면 된다!’.


다소 무던한 아들을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내 고집이 아이를 이겨냈고 아이는 무난하게 순응하게 된 상황들이 존재했었다. 이제 앞으로는 그 반대의 상황도 나타날 수 있겠지. 그렇게 아이는 성장해 나가겠지만 어느 정도의 예절은 지키는 사람으로 커 나갔음 싶다.


 어차피 부모와 자식 간의 삶도 공존이다. 내가 보호하고 신경 써야 할 소중한 존재가 아이이기는 하지만, 나의 삶도, 남편의 삶도 중요하기에 우리는 가족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고 서로를 존중해 주며 어느 정도 발란스를 맞춰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중이다.


또한 우리는 인심과 지도력을 발휘한 양육자와 선생이 되어야 한다. 느긋하게 아이를 기다려주고 아이가 끊임없이 신체활동을 통해 체력과 이성이 함께 어우러져 성장하길 기다려준다. 아이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게 필요하고 그런 발판을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바로 부모이며 선생이다.

 아이가 다양한 사람들의 각자 다른 삶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으며 소통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런 힘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이런저런 소통과 경험을 통해 아이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나누고, 대화를 통해서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평소의 생각들을 알아야 꾸준히 대화가 가능한 부모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늘 네 생각은 어떤지 물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나와 아이와의 이런 대화와 노력들이 언젠가는 아이가 살아가는 데 있어 큰 힘이 줄 것을 믿는다. 아이의 열정을 가득 쏟을 수 있는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 때 이런 기억들이 아이에게 최고의 시너지효과가 나올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나는 아이를 한번 더 안아주고 귀 기울여주고 북돋아줄 테다.


에밀의 성장기를 통해 나는 다시 한번 내 아이를 들여다보았고 앞으로 성장할 아이의 모습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부디 그 모습이 참되고 아름답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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