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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Jun 02. 2023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어.

콰이어트 - 수전 케인

슬로우 리딩8기 (2023.1.2~2.3)

콰이어트 - 수전 케인



내향인과 외향인을 구분 짓는 것 같은 도입부 챕터가 어려웠다. 왜 그래야만 할까?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 속에서 사람들의 성향을 이분법적으로 구분 짓기보다는 내향성과 외향성을 두루 갖춘 다양한 사람들의 조화로운 삶이 떠올랐다.

요즘 유행하는 MBTI로 구분 짓는 E와 I로 시작하면 어떻다 하는 정의는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만큼 살아보니 깨달을 수 있었고, MBTI유행 이전, 혈액형으로 구분 짓는 기질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가지며 사람들을 구분해 사귀고, 그 기질에 나를 맞추려고 노력했던 시절도 있었기에 부끄럽다.


나는 태어날 때 병원에서 발행해 준 출생증에 B형이라 적혀 있었고, 부모님이 AB형과 A형이었고 자매들이 모두 A형이다 보니 나는 B형이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게다가 세 자매 중 내가 제일 욕심이 많고 당차고 외향적이었으며 주변에 늘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B형이니까. 소위 말하는 싸가지없고 제멋대로 하는 기질도 있다고 사회에서 암암리에 정해 두었던 그 B형 말이다. 그런데 웃긴 것은 임신을 하고 피검사를 하다가 처음 알았다. 내가 A형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서 보건소에서 한번 더 손가락을 찔러 검사를 했건만 나는 A형이었고, 어린 시절 출생증은 오래된 병원이라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자칭 B형이라 생각하고 또라이처럼 행동하던 지난날들이 생각이 났다. 잊지 못할 혈액형 해프닝에 남편도 웃고 나도 웃고 친구들 가족들 모두 경악했다.


“네가 A형이라고?”

“응, 나 A형이야.” (조신하게 웃으면서.)


 그 후부터 나는 A형 기질처럼 조용하고 평온하게 지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된 것도 모두 환경적으로 그럴 만한 시기였던 것이, 그전에 날을 세워가며 손해보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당차게 학과공부, 취업, 회사생활, 연애, 결혼, 임신까지. 쉼 없이 달려왔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다소 평온해진 일상 속에 임신을 하게 되면서 A형 커밍아웃이 맞아떨어져 임신기간을 보내고 아이를 출산하고 길러낼 수 있었던 것이다.

나의 혈액형 해프닝으로 인해 나는 기질을 구분 짓는 것에 대한 예외가 있음을 확실하게 인식했다. 그리고 사람은 어떤 기준에 대해 주위에서 그렇다고 하면 그렇게 되어야 할 것 같은 심리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희생양이 나였다는 사실도 말이다.


따라서 콰이어트를 읽어가면서 주로 내향인의 입장에서 썰을 풀어가는 작가의 기록들과 자료들을 객관적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외항인 내향인 구분 지을 필요 없이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변할 수 있는, 우리 스스로의 편의대로 나를 바꿔서 세상 속에 조화롭게 흡수되어 살아갈 수 있는 지능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거치는 수많은 시행착오들이 있지만 결국 현명하고 조화롭게 사람들과 살아가면서 맞춰 나가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상은 대체적으로 외향적인 성향의 사람들을 선호하고, 그런 사람들이 아무래도 세상 밖으로 더 많이 표출되다 보니 그들은 거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 사람들의 그 자체를 즐기면서도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고민할 테다. 그리고 부지런히 신경 쓰고 챙기다 보면 정작 ‘나’를 놓치기도 쉽다. 내가 그랬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을 이 책 속에서 찾아냈다.

바로, 일상생활에서 되도록 ‘회복환경’을 많이 만들어 둬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자유특성계약’이라는 단어가 맴돈다. 스스로 회복환경을 마련하고 나를 되돌아보며 충분한 자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은 나에게 위로이면서 일침을 가하기도 하다.


“‘너’를 돌아봐. ‘너’를 챙겨.”


내 욕심껏 살아간다고 부지런을 떨며 살다가 훅 상처를 입거나 하는 일들이 생겨나게 되면 한 번씩 와르르 무너져 버리기도 하는데, 그런 힘들어하는 시간조차도 아깝고 나는 나아가야 할 목표가 있기에 회복 없이 전진하기 바빴다. 전진하다 보면 잊히겠지. 그리고 또 새로운 경험들을 쌓아가다 보면 견뎌내고 있고 잊혀지겠지. 그런 거였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생각보다 상처받고 괴로웠던 상황들이 생각보다 자주 떠오르고, 괴로워하는 횟수들이 늘어나는 것이 살짝 당혹스럽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회복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려 한다.


P441
사랑은 필수지만, 사교성은 선택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가장 아끼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라. 자신이 좋아하고 존중하는 동료들과 일하라. 새로 알게 된 사람들 중 자신이 좋아하는 부류에 해당하는 사람이나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이 누구일지 살펴보라. 그리고 모두와 어울려야 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관계는 누구에게나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양보다는 질을 우선하라. 타고난 장점을 활용하여 자신이 사랑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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