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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Jun 06. 2023

여행의 기억들

낯선 곳에서 굿모닝-신미정



내가 좋아하는 여행에세이.


낯선 곳에서 굿모닝-신미정

공항은 오고 가는 여행객들로 인산인해, 얼마 전 나선 명동, 종로를 가득 메운 외국인 관광객들! 이 활기찬 광경들이 실로 오랜만이라 너무나 즐거웠었다.

우리에게 여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여행이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요, 우리의 삶을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하기 위해 떠나는 것. 비록 다녀온 후 텅장이 될지라도 그만한 소비의 가치의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기록으로 남겨 책으로 만들어진 이 에세이 한 권은 충분히 나 같은 여행병 환자를 여행앓이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여행지의 짧은 에피소드는 잔잔하게 작가의 추억들을 담았고, 나는 그녀의 일기장을 훔쳐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달까.

아나운서출신 신미정작가님의 책, 여행에세이.
낯선 곳에서 굿모닝
여행의 순간순간들이 담겨 있는 여행에세이집.

이 책은 여행지의 웅장한 기록이라기보다는 어느 곳에서 어느 순간 작가가 본 풍경, 행위에 대한 감정, 분위기의 묘사 그 정도에 그날을 상상할 수 있는
한 두장의 여행사진이 전부. 그런데도 충분히 전달되는 작가님의 감정과 설렘은 여행의 온도, 분위기를 공감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나의 마음가짐 때문이었을까.

문득, 나도 여행을 다녀오면 자연스레 SNS에 정리를 하던 버릇처럼, 나의 여행일지를 적어 정리를 좀 하면 나도 이런 여행에세이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그 이 그... 일 그만 벌려!!;;)

다양한 여행지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해왔던 신미정작가님, 그녀의 자유분방한 여행 에피소드 속에서 자꾸만 현실을 걱정하는 현대인의 애환이 느껴져서 읽다가도 덜컥, 레드썬! 현실로 돌아와~라고 되뇌며 격하게 와닿았던 책.

그래, 여행은 떠나기 전 준비과정에서 설레기 마련.
여행지에서는 맘껏 즐기고, 여행이 끝나갈 때에는 아쉬움이 가득하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내 몸과 엄청난 빨래더미와 쌓인 일거리들, 그리고 다음 달 카드값이 나를 옥죄이지만, 그래도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져 있음을 느끼는...
이 복합적인 감정들을 느끼면서,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또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도 아마, 경제적 상황과 가족들 상황이 허락되기만 한다면 날개 달린 듯 날아갈 텐데.
그러나.. 나는 미혼도, 딩크족도, 돌싱도 아닌 한가정을 꾸려가며 살아가는 40대 중반을 향해가는 엄마이며 아내이며 딸이며 며느리며 선택적 일개미이다...ㅠㅠ

"낯선 곳에서 굿모닝, 그래, 어쩌면 일상도 여행일지도 몰라. 일단, 도망가보기로 한다."

아. 내 처한 상황이 있어 도망갈 수가 없다.

책 속의 다양한 여행지들 중에서 오래전 다녀온 여행지를 만났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여행에서 만났던 바투사원.
당시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가지 않는 시내 외곽지역에 있는 이곳을 찾았었다.
친구가 짜놓은 일정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사원이다. 이 엄청난 계단을 걸어 올라가겠다고 터덜터덜 올랐었고.. 사원 가는 길에 원숭이를 조심하며...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때 우린 젊었었고..
오래전 추억이 방울방울.
동행했던 친구에게 책 속 바투사원 페이지 사진 한 장 보내면서 추억을 곱씹어 보았다.

"읽던 여행책에서 너랑 갔던 저 사원이 나와서. 갑자기 추억소환이다! "

현실은.. 친구는 나보다 더 정신없는 애셋워킹맘. 허허

우린 뭐 그런 거지. 곧 자유가 올 거라 믿으며.
설마 일개미로만 살다 죽지는 않겠지.ㅡ
그저, 웃고 만다.

일 년의 계획은, 여행계획으로 시작했던 그때.
달력에서 빨간 날을 뒤져 연차를 붙여가며 몆 달 전부터 비행기 티켓사이트를 써칭, 예약하고 떠날 날을 기다리며 일상을 버텼던.
혼자 혹은 신혼 때 둘이서.
떠나기 쉬웠던 그때가 있었지.

현실은 이래...

한때 해볼까 싶었던, 지금 날개단 듯 날아다니는 여행인플루언서들을 보며 여러분의 지금을 즐기라 말하고 싶다. 나와 같은 상황이 되면, 박차고 못 떠나요..ㅎㅎ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서 허덕이는 청소년 키우는 여행병환자 아줌마 워킹맘의 넋두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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