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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Aug 09. 2023

잔잔하고 평온하게 재미있게 나이 들고 싶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밀라논나 이야기) - 장명숙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밀라논나 이야기) - 장명숙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해 북스타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는 동생의 집에 오랜만에 들렀다.

동생의 집은 책으로 가득하다. 신간이고 고전이고 할 것 없이, TV 없는 거실 벽면에는 온통 책으로 가득 차 있다. 거실과 방에 책이 가득한 아늑한 집안. 같은 평수인데 동생의 집은 은은한 조명들이 곳곳에 비쳐서 아늑한 카페 같기도 하고 편안한 도서관 같기도 하다. 책 읽기 딱 좋은 조명과 공간이다. 나는 집 꾸미기는커녕, 청소도 겨우 몰아서 하는 사람이니 바쁘다는 핑계로 집안꼴에 대해서는 두 눈을 질끈 감아본다.

책장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동생이 "언니가 좋아할 거야."라며 책 두 권을 추천해 준다.


그중 한 권,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밀라논나 이야기.


유튜브를 잘 보지 않지만 인스타그램은 꾸준히 하는데, 최근 팔로우를 한 멋쟁이 70대 할머니 밀라논나님의 책이었다. 언제 한번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내 두 손에 책을 쥐지 않는 이상 마음먹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한참이 걸리는 나란 사람..

독서 속도도 느린 편이라 다독보다는 정독을, 사유하며 여러 권을 병렬독서를 하고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더 좋아서, 천천히 읽어 내려간 밀라논나님의 이야기.


같은 여자로서, 논나님처럼 잔잔하고 아름답게 늙고 싶달까.

처음에는, 화려한 패션계에 몸담았던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소위 말하는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도전하라! 나아가라!' 외치며 살았을 것 같은 분의 노년의 삶과 글은 어떨까 싶었다. 그녀의 화려한 과거의 삶을 바탕으로 은퇴를 한 현재에도 유투버로서 제2의 인생을 바쁘고 멋지게 살고 계신 할머니겠지,라고만 생각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른다.


일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절의 혜안이 부족했던 나를 되돌아보게 해 주고, 아이를 키우며 일을 병행하던 치열했던 삶 속의 나를 마주하게 해 주었으며, 그동안 크고 작은 풍파를 겪으며 하나 둘 비움을 선택하려 하는 또 다른 도전을 고민하는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삶, 또 더 이후의 삶, 노년의 나의 삶을 어떻게 그려보면 좋을까 고민도 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멋쟁이 할머니, 인생을 나보다 더 오래 살아오신, 논나님이 주는 힘이었다.







P49

"내 자유를 빼앗기지 않을 만큼 받으면서 동시에 내 자유를 지킬 수 있다면 자신의 가치 비용은 조금 할인해 주세요. 조금 더 받아서 내 자유를 빼앗기지는 마세요. 훗날 직장을 떠날 때 아쉬움이 남을 것 같은 특혜는 더더욱 받지 마세요."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 일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삶. 일이 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쏟아붓던 때가 있다. 물론 매사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맞는 것이지만 도가 지나치면 독이 되듯, 주객이 전도하는 상황도 심심찮게 생겨나고, 결국은 나 자신을 지배하는 것에 실패하여 어두운 터널 속에서 허덕이는 일들도 허다했다. 요즘 세대들은 나 자신을 놓으면서까지 일에 갈아 넣는 어리석은 이들이 적어짐을 느낀다. 자신의 삶을 적당히 즐기면서 일을 선택하고, 신종 직업까지 생겨나기 마련이다. 선택의 귀로에 빠지는 매 순간마다 과연 이 선택이 나를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자유를 만끽하게 해 줄 것인가를 계산하다 보면, 너무 복잡할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곳에서 최선을 다한 성과에 대한 보상과 보답을 받는 다면 그 정도에서 만족, 그 이상 무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절대적임이 아닌 선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P95

걸림돌을 디딤돌로!

징징거리지 않고 앞으로 전진!

어차피 인생은 후진도 반복도 못하는 일회성 전진만 있지 않은가.


P104

나는 시간 빈곤자가 아닌 시간 관리자다.

시간을 알뜰하게 써서 내 삶을 풍요롭게 채워가려 하는 내 시간의 주인공일 뿐이다.


P123 '월든'의 저자이자 사상가인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자기 자신과 잘 노는 사람이 진정 성숙한 사람'이라고 했다. 나도 현역에서 은퇴한 뒤 여유가 생기면서 혼자 즐겁게 노는 방법을 찾았다.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만을 하며 기분 좋게 살기 위해 기분 좋은 습관을 만들었다.


: 아, 인생은 늘 나 홀로 독박, 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는데, 논나님처럼 나이가 더 들어도 그런가 보다. 하루를 계획하고, 2~3일 후, 일주일 후 일정을 계획하고, 한 달을 계획하고 몇 달 후를 계획하고 1년을 계획한다. 스케쥴러에는 빼곡히 일정들이 채워진다. 지키지 못한 약속에 후회를 하기도 하고, 임박해서 발등에 불이 떨어져 부산을 떨기도 한다. 아등바등,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그러나 저러나 시간은 가고 있고, 시간에 끌려 다닐지, 시간을 끌고 갈지의 귀로에 놓이는 것이 현실이다.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되어야 하는데 자꾸 끌려다니고 있는 것 같음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결국,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고 가족이든 친구든 어느 누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닐 테다. 타인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고 해도 결국은 나 자신이 존재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내가 속한 세상에서 정해진 내 시간에서 어떻게 하면 즐겁고 행복하게 기분 좋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테다.

온전히 내가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이런저런 상황들로 인해 상처 입은 우리들이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이다.






P260

어린 자식과 멀리 떨어져 살고, 아이 양육을 나이 든 부모에게 맡기는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지른 뒤, 배운 것이 있다. 본인이 해야 할 역할과 몫은 본인이 해야 한다는 것. 타인에게 미루거나 내려놓을 수 없는 책임이 있다는 것.


P261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가 생전에 한 말이 있다.

'인간이 죽음을 뛰어넘는 일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좋은 글을 남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좋은 자식을 남기는 것이다. '


: 워킹맘의 고충은 소중한 새 생명이 찾아왔다는 행복감도 잠시일 뿐, 자식을 뱃속에 품을 때부터 이미 시작될 테다. 내 주위에도 치열하게 아이를 낳고도 일을 하는 워킹맘들이 많다. 그녀들이 일과 육아 어느 하나도 못 내려놓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경제적인 이유는 당연하고,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려놓을 수 없다는 사람들도 간헐적으로 있다. 하지만 대부분 죽지 못해 일한다며 꾸역꾸역 소처럼 일에 끌려다니는 워킹맘이 많기도 한데, 그 속사정은 어느 누구도 쉽게 판단하지 못할 테다. 그녀들이 선택한 그런 삶은 모두 각자의 다른 가치관에 따른 타당한 이유가 있을 테니 누가 뭐라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자식문제는 다르다. 자식은, 낳으려고 마음을 먹고, 낳은 이상, 한 아이의 인생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부모가 되는 것이다. 물론 다 큰 성인이 되어서까지 뒷바라지하라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 어지러운 세상에 올바르게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줘서 아이가 사회통념에 어긋나지 않는 길을 걸으며 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은 자식을 낳고 키우고 세상에 내보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어 참 어렵다.

이 또한 부모의 책임이고 아이 자신의 책임인데 생각보다 우리는 일과 육아를 동시에 진행시키면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흉흉한 사건들을 들여다보자면, 모든 시작은 가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가족 중 누구 한 명이라도 내 가족일원을 보듬고 들여다보고 자신의 행동과 말에 책임을 지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었더라면 어땠을까.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가족 일원이 있다면, 좀 더 신경 썼더라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비윤리적 사건사고들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움베르토 에코의 말처럼, 나는 일단, 좋은 자식을 남겼다. 그리고 이렇게 글도 남긴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낳은 자식과 글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테다.

세상에 창조물을 창조해 놓고 책임지지 않는 창조주는 되지 말아야지 싶다.



P311

시작할까? 말까? 나 또한 내 앞에 놓인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숱한 고민을 했고 그때마다 되도록 단순하게 생각했다.

"재밌으면 해 보면 되지!"

모든 어른과 아이가 자기 인생에 마땅히 용기를 내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주저 말고 시작해 보라. 그것에 대한 결과와 책임은 전적으로 내가 짊어지면 된다.



: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논나님의 문장에 담겨 있었다.

"재밌으면 해 보면 되지!" 그리고, 해보고 나서 그에 대한 결과와 책임은 전적으로 내가 진다는 것. 후회도 기쁨도 서러움도 뿌듯함도 모두 나의 몫이라는 것.


나보다 몇십 년은 더 오래 살아온 연장자인 분들의 말씀은 하나같이 다 주옥같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70대 엄마로부터 듣는 이야기들도 뭐 하나 틀린 것이 없더라.

인생 자체를 하나의 경기장으로 봤을 때, '나는 이미 많이 달려왔어, 많이 지치네.'라고 생각할 뻔했다가 논나님의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내 가슴속에 품고 있던 꺼져가는 듯한 열정, 그 불꽃이 아슬아슬하게나마 버티고 있다가 조금씩 살려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인 느낌이랄까.

그래, 뭐 아직 반도 안 왔네? 싶었다.

아직도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창창한데, 사회에서 정해놓은 기준점대로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큰일 날 것처럼, 전전긍긍하며 왜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40대 초반의 지금의 내 삶은 아직 늦지 않았고, 나이 들어감을 슬퍼하지 않으리라.

나이 들어감을 슬프게 만드는 집단이 있다면 과감히 벗어나리라.

자식을 건강하게 길러 사회에 내보낼 것이고, 해서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끊임없이 찾고 추구하며 살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논나님처럼 재밌는 것을 찾아서, 끊임없이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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