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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May 03. 2022

미식 여행으로 삶을 풍요롭게, 활기차게!

음식과 여행



나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주는 형용사는 ‘시각, 미각’이다. 그리고 나를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 삶을 움직여주는 동사는 ‘여행’이다.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기보다는 시각적으로 예쁘게 플레이팅 된 음식들, 쇼케이스 가득 채워져 있는 알록달록한 베이커리들을 보는 행위는 나를 더 끌어올려준다. 그래서 그 순간들을, 예쁜 것들을 기록하고 싶어 사진을 찍고 남겨두는 것 같다.


음식의 맛을 음미할 때에는 재료 본연의 맛을 찾으려고 혀 끝에 온 집중을 하는 편이다. 어떤 재료를 써서 어떻게 만들었을까, 만든 이의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조심조심 분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이 해주는 음식은 늘 옳다. 그 속에는 만든 이의 정성이 가득 담겨 있기에 더더욱 시각과 미각을 총동원하게 된다.


일상을 시각과 미각으로 채운다면 이제, 여행을 통해 움직여야겠다. 여행은 시각과 미각이 총동원되고 나의 움직임이 맞물려 일어나는 최종적인 산물이다.


여행에서 많이 걷고 많이 돌아다니며 나는 나의 눈에 많은 것들을 담고 사진을 찍어 순간을 기록한다. 멋진 자연 풍광도 좋겠지만 도심 속 작은 골목길 벽에 그려진 낙서, 북적이는 시장에서의 활기찬 사람들의 표정, 역사 깊은 유적지에서 돌 하나만 봐도 상상할 수 있는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보는 시간들은 즐겁다.


또한 여행 가면 우리 집 잘 먹는 두 남자들, 특히 미식가 남편의 뜻을 받아들여 그의 미각을 충족시켜줄 만한 맛있는 음식을 탐색하곤 한다.


 해외여행을 가도 우리는 로컬 식당, 현지인들의 못 알아듣는 대화만 가득한 곳을 주로 찾는다. 물론 깔끔한 레스토랑, 호텔 조식 뷔페의 고아함도 있지만, 외국에 나가면 그들의 문화를 듬뿍 흡수하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그와 나는 동일하기에, 여행기간에는 그들 속에 깊숙이 들어가 다양한 경험들을 하려고 한다.


동남아시아 중 특히 태국을 사랑하는 나는 식도락 여행가 남편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서 태국여행을 진행했었다. 그 후 몇 달 안 지났는데 남편은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태국 편'을 보고 난 후 방콕을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못 먹은 것들이 있단다..;


그래서 다시 간 방콕에서 우리는 방송에 나온 현지인 맛집들 비롯 태국에 살던 일본 지인들의 추천을 받은 로컬 식당에서 태국 요리들을 마음껏 음미했다. 식당에서 한 그릇의 국수를 먹은 후 돌아서서 한 블록 걷다가 나온 로컬 식당에서 또 국수를 먹거나, 다음날 스케줄은 아침 장사만 하는 유명한 족발 요릿집에 일찍 찾아가는 것. 품절 직전에 아슬아슬 맛보아서 느끼는 뿌듯함. 뭐 이런 식이었다.

정말 진정한 식도락 여행이었다.


허나 음식들은 다 맛있고 특색이 있었으나 한 두 입 맛보면 아 이게 이런 맛이구나! 정도 깨달으면 되는 나와 배를 채우고 맛을 음미하고 또 다른 음식에 호기심이 동하는 남편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내 위가 남편을 따라가기는 무리였지만, 나는 내 선에서 최선을 다해 그가 좋아할 만한 곳을 서칭 했고, 그런 음식들을 보고 사진을 찍는 기록도 좋았다. 그는 여전히 그때의 식도락 여행을 만족해하고 있고, 이 여행 전후에도 그와 함께 하는 여행은 늘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했다.


때론 음식에 돈을 좀 덜 쓰고 기념될만한 무언가를 사 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또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위가 튼튼하고 소화가 잘되는 시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다. 그리고 언제까지 두 다리가 튼튼해서 잘 걸어 다닐 수 있을지. 비행기는 언제까지 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거다.


그래서 나는 내 삶에 있어서 시각과 미각이 총동원되어 보고 먹고 사진 찍고 기록하는 여행을 사랑한다.


오늘 아침 아시아나항공에서 문자가 왔다.

‘유럽노선 이전엔 보지 못한 초특가 할인쿠폰!! 단 3일간!! 프랑크푸르트, 런던, 히드로, 파리 샤를 드골, 로마…’

웅?! 지금은 묶인 몸, 통장 잔고도 아쉽고. 아쉽네 아쉬워.

여행 가기 위해서 돈을 모아야겠다. 그런데 자꾸 빠져나간다..


그런데 생각만 해도 자꾸 들춰볼 추억들이 있어서 좋은 걸.

방콕 로컬 식당에서 양껏 시켜서 신나게 먹던, 두리안을 현지인처럼 흡입하던 남편과, 망고음료와 고수 향 나는 쌀국수를 잘도 먹던 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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