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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May 03. 2022

아이와 함께했던 밤하늘

달과 별



밤하늘을 생각하면, 아가 때부터 밤하늘을 바라보며 달과 별을 찾던 아들이 생각난다.

하늘을 향해 한껏 뻗은 아들의 짧은 팔은 늘 밤하늘에 떠있는 커다란 달을 가리켰다.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베란다에 나오면 말도 잘 못하던 아가가 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달~달~”하며 울음을 뚝 그치고 말똥말똥 바라봤고, 품에 안긴 아들에게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러주고 이야기들을 들러주던 우리 부부였다.


어릴 때부터 밤하늘에 달과 반짝이는 별들을 찾던 아이에게 달과 별에 관한 책을 읽어주었고 아이는 그렇게 하늘 가득한 반짝이는 것들을 바라보며 성장했다.


아이는 커갈수록 하늘, 우주, 행성, 은하 등 관심사의 폭이 넓어져갔고 이런 분야에 무지했던 나는 관련된 책들을 집어넣어주고 과학관을 데리고 다녔다. 연령보다 어려워 보이고 영어로 된 책이어도 아이가 사진이나 그림만 보는 일이 있어도, 글 밥이 많아도 적어도 관심사가 지속되는 한 계속 책을 접해주고 다큐영상을 보여줬으며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를 꾸며해 주며 아이의 흥미를 충족시켜주려고 노력했다.


아이가 6살이 되었을 때 집중해서 보던 영화 ‘마션’. 밤하늘에 달과 별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성들, 그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상을 이야기하던 아들은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고 점점 더 우주에 빠져들었다.


엄마가 이쪽 분야에 무지하기에 어린 아들에게 관련된 수업을 접해주고 싶었는데 이 연령대에는 우주, 천문에 관한 수업을 받을 곳이 없어서 아이가 클 때까지 기다렸다가 초등학생이 되어서야 어렵게 멤버를 구성해 천문대 수업을 시작했다. 사실 대단한 것들을 배울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어릴 때부터 밤하늘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던 아들의 눈망울이 떠올라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경험을, 추억들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아이에게 천문대 수업은 지식을 얻는다기 보다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하는 놀이와 활동에 가까웠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특별히 좋아하고 관심 있어하는 것에 몰두할 수 있는 기회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 주면 되는 것, 그 정도로 족했다.


아이는 직접 하늘의 행성들과 별을 관측하며 알고 있던 과학적 지식들을 접목시켜 엄마에게 이야기해주는 시간을 좋아했다. 어린 아들 손을 꼭 잡고 밤거리를 걷고 있자면 늘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자리를 찾았고, 종알종알 별자리 이야기와 관련된 신화 비롯 성운과 블랙홀 태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도 들려주던 아들이었다.


유독 빛나는 별빛이 보이면 저 것은 별이 아니고 행성일 수 있다고, 오늘은 무슨 행성이 잘 보이는지 검색을 하고, 일식이나 월식이 있을 때, 과학관 관측 쇼나 역사 깊은 위성을 쏘는 날에는 함께 생중계를 기다리고 하늘로 쏘아 올리는 우주선을 바라보며 함께 감격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이 전 동네에서는 유독 오리온자리가 잘 보였다. 아이와 함께 밤거리를 걸으며 오리온자리를 찾았고 길을 잃었을 때 북극성을 찾으면 방향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려주었다. 일정한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는 수많은 별자리들을 바라보며 우주의 신비와 밤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들의 규칙들을 들려주던 아이와의 소박했던 과거의 시간들이 떠오른다.


당시 아이에게 항공사 홈페이지 아이디를 만들어주었는데 ‘moonlover’를 넣어지어줬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손잡고 거닐며 바라보던 밤하늘의 오리온자리를 찾았던 그 순간들을 기억하며 아이와의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고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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