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flow)이란 주위의 모든 잡념, 방해물을 차단하고 원하는 한 곳에 자신의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일을 말합니다. 깊이 몰입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몰두한 것이 아니라고 해요. 몰입한 순간엔 자신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몰입의 순간은 아무리 길어도 찰나의 순간처럼 느껴지곤 해요. 그런 몰입의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나는 몰입을 좋아한다.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고 난 후의 결과물에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편이다. 몰입은 삶의 모든 부분에서 적용되고 깊이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크고 작은 깊고 얕은 몰입을 하며 살아간다.
내 주된 업인 베이킹 하는 일은 굉장한 몰입도를 요한다. 공방 운영할 때, 특히 개인이 요청한 각기 다른 디자인의 주문제작 케이크를 제작할 때에는 엄청 예민해진다. 섬세하게 케이크에 그림을 그려 넣는 작업은 엄청난 집중도를 요한다. 공장에서 찍어내 듯한 똑같은 디자인이 아닌 각기 다른 디자인과 그림, 글씨로 세세한 고객님들의 요청을 모두 케이크 위에 하나하나 새겨 넣는다. 단체 주문 등 대량생산을 해야 하는 날에도, 무념무상 반죽을 하고 굽고 식히고 포장하고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가있기도 한다.
핼러윈이나 크리스마스 시즌, 쿠키에 그림을 그려 넣는 아이싱쿠키 수업시간은 수강생들의 엄청난 몰입 광경을 지켜볼 수 있어서 이것도 꽤나 즐겁고 의미가 있다. 거북목을 하고 손 끝에 잔뜩 긴장감을 장착한 채, 행여 색깔 반죽이 번질까 흐를까 노심초사하며 부지런히 쿠키 위에 아이싱 색 반죽을 짜서 채우고 토핑들을 올려 완성한다.
때로는 그분들의 몰입과 집중, 열정을 통해 적잖은 자극을 받기도 해서 누군가의 몰입을 보는 것도, 삶에 있어 좋은 공부가 된다.
요즘은 나는 본업 이외에 몇 가지 몰입을 시도했고, 진행 중이다. 늘 혼자 시작하다 보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던 것들을 마음먹은 이상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첫 번째, 글쓰기. 글쓰기는 SNS에 아들 사진과 일상 기록, 여행 기록 정도였는데 조금씩 글쓰기 모임을 통해 글 쓰는 루틴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매일의 미션대로 글을 쓰면서 독서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는 요즘이다. 혼자서 못하겠다면? 같이 할 수 있는 모임을 찾아서, 같이 하라! 좋은 리더와 멤버들이 있다면 금상첨화.
두 번째, 외국어 공부. 영어 원서 읽기 모임에 들어가서 분량의 챕터를 예습하고 읽고 함께 인사이트를 나누는 활동을 통해 영어공부 이외에도 정말 많은 것들을 얻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간헐적으로 일본어는 까먹지 않기 위해 일본인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감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외국어는 안 쓰고 안 들으면 금방 까먹어버린다.
세 번째, 운동과 새벽 기상. 건강을 위해, 아니 살기 위해 운동을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매일 하기로 마음먹었다. 혼자서는 꾸준함이 부족했어서 새벽 기상과 운동 인증하는 모임에 들어갔다. 여기 멤버 분들과는 영어 원서 읽기도 병행 중인데, 서로를 독려하고 매일의 운동 인증과 새벽 기상 인증, 좋은 말씀들을 나누고 있어서 몸은 피곤해도 하루가 길어지고 무언가 할 시간이 늘어나니 바쁜 하루를 알차게 산 느낌이 들어 좋다.
앞으로 더 몰입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을 제외한다면 글쓰기와 독서이다. 독서량은 솔직히 현저히 부족하다.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보려고 하는데 독서도 규칙적인 시간을 두고 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의 삶에 몰입을 이리저리 조절해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부지런히 해나가면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