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들을 후회하는 사람들, 불평불만이 가득한 사람들 곁에 있으면 이제는 기가 빨리고 내가 부여잡고 있으려고 하는 긍정 에너지에 후회 한 스푼이 추가되는 기분이 든다. 매사 무언가를 시작할 때 조심스러운 나는 어떤 것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연구하고 고민하여 주위에 의견들을 묻고 그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구하거나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꾀나 연구하는 편이다. 한마디로 참 피곤하게 산다. 시행착오를 극도로 두려워하고 했다가 잘못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니까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사전에 먼저 고민이 많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점점 더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남편은 나보다 더 극도로 꼼꼼하고 조심스럽고 체계적인 사람이기에, 그와 살면서 나는 어느 정도는 조금 내려놓아도 시행착오가 덜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든든한 삶의 조력자인 남편을 만났으니, 미안하지만 나는 내가 내 갈 길을 선택하면 되었다.
지금 하는 베이킹에 몰두하기 시작해서 공방을 운영하고 강의들을 늘려 나갈 때마다 남편은 늘 말했다.
“좋아해서 열심히 하고 잘하는 것은 좋은데 힘들면 안 해도 되니까 무리하지 말아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고마웠다. 처음에는 이 말의 의미를 잘 헤아리지 못해서 나의 능력을 비하한다고도 생각했다. 단단히도 삐뚤어졌었던 때였다.
힘든 순간들은 일을 하던지, 일을 하지 않던지 항상 존재한다. 그럴 바에는 나는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었고, 세상과의 단절을 원하지 않았다. 그때에는 적어도 ‘직업’이라는 것이 세상과 나를 연결해주는 통로이며, 직장생활을 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친구들과의 소통 속에서 이따금씩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허나 이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풀타임 잡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과 자영업, 프리랜서로써 일한 만큼만 버는 나의 잡은 그 형태가 많이 달랐다.
이제는 ‘직업’이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기 위한 옷이라는 생각이 어느 정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처지를 비관하며 의기소침해질 필요가 없었다. 살면서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었다. 열심히 일할 때에는 쌓여가는 수익에 따른 보람은 잠시, 건강 이상이 오기도 하고, 어떤 형태로든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일, 육아와 살림을 병행해가면서 우리는 ‘병들어 가는 슈퍼우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돈의 노예가 되어 평생 일해야 하는 삶. 가치를 두고 있는 부분은 좋은데 중요한 것은 그 과정 속에서 나의 가족과의 지금 이 순간의 감정들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마저도 빼앗기게 된다면 그것만큼은 평생 후회로 남을 것 같다. 아이는 커서 부모 곁을 떠날 것이고, 부모님도 그렇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이 바로 오늘인 것이다.
보다 많은 경험을 아이에게 해주고 싶고 함께 하고 싶다. 그리고 ‘후회’라는 단어는 씹어 먹어버리고, 매사 긍정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는 사람으로 성장했음 싶다.
그래서 나는 요즘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오늘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즐기고 있다. 우연히 알게 된 인도에 사는 작가님이 시작한 글쓰기 모임은 이제 다양한 모임으로 파생되었다. 뭐랄까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다가 만난 사이라서 일까.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다양한 연령대의 멤버들의 삶에 대한 글은 무엇보다도 진솔되고 심장을 뛰게 했으며, 나의 삶을 그들의 삶에 투영해 보면서 지난날들을 생각하며 웃기도 하고 눈물짓기도 했다. 마치 인생 공부나 마찬가지였다. 그분들의 부지런한 삶에 대한 태도들을 바라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가득한데, 웅크리고 있었던 지난날들을 반성하며 빨리 나를 끌어올려 후회 없이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나저나 왜 인도에 사시던 작가님은 이탈리아로 가셨을까. 계획했던 이탈리아 일주 가족여행을 상황이 받쳐주지 않아 접어두었는데, 자꾸 오라고 손짓하시는 것 같다. 이 또한 인연인 것일까. 나는 이탈리아에 가야 할까? 언제 갈 수 있을까. 후회하고 싶지 않은데.. 여행을 계획하며 읽던 숱한 이탈리아 에세이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집에 있는 이탈리아 책, ‘이탈리아, 지중해의 바람과 햇살 속을 거닐다..’ 책을 꺼내보았다. 조만간 책 속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