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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Jun 04. 2022

월든을 만나고 난 뒤

월든을 통해 삶을 깨닫다.


장장 7주간의 월든 슬로우리딩 모임이 끝이 났다. 500쪽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을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함께 매일 읽어간 독서 멤버들 덕분이 아닐까 싶다. 매일 분량의 글을 함께 읽으면서 소통했던 대화들을 보고 있자니, 같은 문장을 읽어도 이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것을 알게 되었고 새삼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임을 느낀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저자의 경험담을 썼겠거니 하고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시대가 180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도 고스란히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삶의 원리들에 관해 자신감 넘치는 자신만의 문체로 생각을 펼치고 있는 소로우의 문장들을 접하게 되었다. 미혼에 젊은 나이에 사망한 그가 어찌해서 현대사회에도 적용될 만한 다양한 삶의 법칙들을 그 당시의 삶에 적용하고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었을까. 그는 아름다운 월든 숲 속에 살며 주위를 관찰하고 글을 쓰고, 그 깨달음이 농익어 문장들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월든에서 만난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통해 소로우는 우리 삶의 순환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겨울이 그렇게 힘들었던 것도 아닌데, 봄을 맞이하면서 왠지 모르게 내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 같고 상쾌해진다. 산들바람이 불고 쨍한 햇살을 맞으면서 길을 걷고 있다 보면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고, 자연의 위대함에 다시금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돌고 도는 것. 시련이 있으면 회복이 있고, 아픔이 있으면 희망이 있다. 극복해 내면 또 다른 시련이 오기도 하고 행복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은 반복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게 되지만 우리는 또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가고 있다.


  나는 소로우의 수많은 지침들 중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에 깊은 영감을 받았다. 그는 끝까지 자신만의 신념이 있다면, 올바른 진로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우리가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기를 권한다.


 사람이 자기 꿈의 방향으로 자신 있게 나아가며, 자기가 그리던 바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는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때 그는 과거를 뒤로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을 것이다. 새롭고 보편적이며 보다 자유로운 법칙이 그의 주변과 내부에 확립되기 시작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공중에 누각을 쌓았더라도 그것은 헛된 일이 아니다. 누각은 원래 공중에 있어야 하니까. 이제 그 밑에 토대만 쌓으면 된다.


내가 살고 싶은 방향대로 살기 위해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노력한다면 이루지 못할 것은 없을 것이다. 공중에 누각을 쌓았더라도 헛된 일이 아니라는 말에 위로를 받는다. 누각은 원래 공중에 있어야 하고, 그 밑에 토대만 차곡차곡 쌓으면 되니, 우리는 차근차근 단단한 토대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늦은 것도 없고 시기가 정해진 것도 아니다. 그게 실패인지 성공인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시간은 오래 걸릴지 언정, 나 역시도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무엇인지, 그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잘은 모르지만 조심스럽게 한 발 한발 떼어 볼 테다. 때론 과거에 얽매여 판단이 흐려질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길은 얼마든지 있기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는 현실에 타협해야겠지만, 여전히 꿈을 꾸는 중년의 나에게 소로우가 남겨준 이 고마운 영감 덕분에 내일의 나는 더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삶의 절망 끝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람들이 월든을 읽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기에,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별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저 아침에 일어나 새벽 공기 마시며 아름다운 새소리에 귀 기울이며 상쾌한 아침을 여는 것, 그렇게 연 나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오늘은 나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 소중한 하루이기 때문이다.



오늘 만난 공원길 초록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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