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베이킹을 배우고 싶으세요?

홈베이킹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 크랜베리스콘

by 글짓는슈




분주한 아침. 돌 지난 지 얼마 안 된 아들을 부랴부랴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전타임 홈베이킹 수업 준비를 시작한다. 집으로 손님이 오는 거나 다를 바가 없기에, 집 청소를 깨끗하게 하고 주방을 정리한다.

냉장고에서 버터와 계란을 꺼내 두고, 수강인원만큼의 재료들을 계량하고, 도구들을 준비한다. 스테인리스 보울, 체, 주걱, 오늘은 머핀 수업이 있는 날! 머핀 틀도 준비하고 머핀 유산지도 깔아야겠지. 반죽을 짜서 넣을 짤주머니도 준비하고, 핸드믹서는 필수니까 꺼내 두자.

이미 지역 카페에 올린 글을 통해 모집해 몇 명의 인원이 꾸려졌다. 신기했다. 이렇게 온라인 세상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배움을 위해 수업을 신청하고 오겠다고 하는 사이버 세상이.


“여러분들은 왜 베이킹을 배우고 싶은가요? 베이킹을 배우게 된 동기? 이유를 들어볼까요?”


나는 내 수업을 찾아오는 그들이 무슨 이유로 베이킹을 배우려는 건지, 묻곤 했다. 이유를 알아야 내가 그들의 니즈에 맞춰서 수업 진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아이가 네 명이라 간식비가 장난이 아니죠. 아이들이 과자, 빵 좋아하는데 엄마가 직접 만들어 주는 건강한 간식을 먹이고 싶어 서요.”

“저도 아이가 세명이에요. 아이들에게 베이킹해서 간식 만들어 주고 싶기도 하고 취미로 배우고 싶어서요.”

“순전히 취미예요. 손으로 하는 것은 뭐든지 좋아해서 배우고 싶어서요.”

“아이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만의 힐링 시간이 필요해서 취미로 베이킹을 선택했어요.”

“선생님 수업에는 아이를 데리고 와도 된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신청했어요.”

“취미로 배우지만 나중에 창업이나 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이렇게 다양한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베이킹을 배우고 싶어 나를 찾아왔다. 그들이 이곳에 방문하게 된 다양한 이유들을 알고 나니 더욱더 애틋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들의 상황을 공감하고 응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산후우울증, 공허함, 경력단절이나 휴직으로 오는 심리적 변화 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취미생활을 찾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취미생활을 가르치는 기관에서는 아이 동반이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모님이 오시거나 부모님께 아이를 잠시라도 맡길 수 있는 엄마들은 그나마 괜찮다. 아이와 덩그러니 둘이서, 흔히 말하는 독박육아를 하는 육아맘들은 무언가 배우고 싶어도, 외출을 하고 싶어도 늘 아이와 함께라서 배움을 꿈꾸기가 어렵고 산후우울증을 해소하기위한 무언가를 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뜻이 있어 아이를 기관에 보내지 않는 엄마들도 있다. 나는 과감히 어린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일을 택한 엄마였지만, 여러 가지 이유들로 아이를 기관에 보내지 못하는 엄마들도 사람이고 여자다. 문밖을 박차고 나가 무언가로 힐링을 하고 싶기도 할테다. 이를테면 '베이킹'이라는 취미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 공간만큼은 이런 엄마들을 위해 아이를 데리고 와도 괜찮은 특별한 베이킹 클래스를 만들기로 했다. 그야말로 틈새 공략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거실에 깔린 매트 위에 아들의 장난감이나 보행기를 꺼내 두었고 아이를 기관에 보내지 않는 주부님들, 수업은 신청했으나 아이가 갑자기 아파 기관에 가지 못해 할 수 없이 데리고 와야 하는 어머님들을 위해 공간을 열었다. 집이라는 편안한 공간에서 수업을 했기에 생각보다 엄마들의 반응은 괜찮았다. 단, 조건은 아이는 엄마가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있었다. 그래서 내 수업에서는 아기를 백팩처럼 등에 멘 채 핸드믹서를 돌리고 반죽을 하는 엄마 군단들의 풍경이 익숙했다. 내 홈베이킹 클래스는 동네 사랑방처럼, 동네 엄마들, 아이들이 드나들며 즐겁게 베이킹을 하는 달달한 공간으로 자리 잡히기 시작했다. 내 수업은 점점 인기가 많아졌고, 오전 오후 두 타임으로 나누고 초중고급 커리큘럼으로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드나드는 엄마들의 아이들 수업까지 요청을 받아 키즈베이킹 수업도 진행하였다. 인근 지역은 물론이거니와 좀 먼 곳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홈베이킹클래스로 커나가고 있었다. 이때, 우리 집 문턱을 드나들던 수많은 사람들과의 시간들은 돈 주고도 못 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수업을 하고 지역에서 서서히 인지도가 생기면서 간간히 베이커리 주문을 하고 싶다는 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소소하게 해 드렸지만, 법적으로 음식을 집에서 만들어 파는 것은 무허가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동종업계 사람들이 구청에 민원을 넣어서 벌금을 물게 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나는 그 ‘꼰지름’을 당해본 적은 없지만 가끔 소소한 돈을 받고 부탁받아 만들어드린 적도 있었기에, 조금씩 불안감도 밀려왔다. 나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법적으로 문제없이 주문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던 어느 날, 지역신문사에서 취재를 나오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수업 장면 및 인터뷰, 사진도 찍어야 하니 취재용 수업을 준비해 달라 하였고, 인터뷰와 사진에 응해줄 수 있는 단골 수강생들과 함께 베이킹 수업을 진행했다.이 날의 수업은 '크랜베리스콘'이었다. 평소 하던 대로 수업을 진행했고, 우리 집 부엌 한 켠에서 신문에 실릴 사진도 찍고 수업 장면과 완성된 디저트 사진을 찍고, 나와 수강생들의 인터뷰를 땄다. 달달한 스콘향이 가득했던 그날의 우리집 부엌의 풍경이 아직도 기억속에 생생하다.




2013년. 2월. 내 기사의 헤드라인.

‘내가 구운 쿠키 하나에 즐거워하는 아이들, 그게 행복이죠.!’ (오글거리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는 저만의 놀이터죠. 나의 손끝에서, 생각에서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 내는 그런 놀이터. 여기에서 다양한 분들과 맛있는 빵을 구우며 소통의 장으로 만들고 싶답니다.” 꿈도 커졌다. 지금은 작은 홈베이킹 클래스지만, 훗날 자신만의 이름을 건 쿠킹 스튜디오도 오픈하고 싶다고 홍민숙 씨는 전한다.




그로부터 몇 달 후 2014년 12월. 나는 ‘베이킹스튜디오 슈컹’ 이라는 공방을 오픈했다. 그리고 그때 그 기사대로 새롭게 꾸려진 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맛있는 베이커리들을 구우며 소통의 장을 만들어갔다. 그리고 법적으로 떳떳하게 다양한 베이커리들을 주문제작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그냥 되는 것은 없었다. 꾸준히 하다 보니 길이 열리고 기회가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마음가짐과 상의할 수 있는 든든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힘! 그 덕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가끔씩 부엌에 모여 도란도란 수다를 떨고 커피를 마시며 함께 베이킹을 하던 그때 그녀들이 생각난다. 아이를 등에 업은 채 핸드믹서를 돌리고 반죽을 했던 그녀들. 완성작을 들고 뿌듯해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셨던 그녀들. 선생님 레시피는 건강하고 너무 맛있다며 자꾸 찾게 된다 하시던 그녀들. 지금은 다들 어떻게 살고 계실까. 베이킹을 여전히 취미로 하고 계실까.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여전히 당신이 왜 베이킹을 배우고 싶은지가 궁금하다. 마치 내가 베이킹을 선택하게 된 여러 가지 이유 중 비슷한 것을 찾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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