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친구들과의 베이킹 수업

조물조물 쿠키클레이

by 글짓는슈



“여보세요? 베이킹 스튜디오죠? OO초등학교인데, 몸이 좀 불편한 특수학급반 친구들과 베이킹 수업을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저희 쪽에서 보조 선생님 몇 분이 함께 동행하고요.”

학교에서 수업 의뢰가 온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당시 유치원생인 아들을 키우고 있었던지라 초등학교 내에 특수학급반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처음 스튜디오로 수업을 온 모 초등학교 특수학급반 친구들은 총 8명. 몸이 불편한 친구들도 있었고, 발달장애, 특수교육대상자인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시에는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접할 기회가 없어서 적잖게 당황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었다.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위해, 전담 선생님 몇 분이 함께 오셨고, 휠체어를 타고 몸이 뒤틀려 있는 친구들이 베이킹 수업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문득,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따라 충북 음성에 있는 사회복지시설 ‘꽃동네’에 봉사활동을 갔던 때가 떠올랐다.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과 아이들이 있는 시설에서 우리는 청소를 하고 또래 아이들과 어르신들에게 말벗이 되어드리는 봉사였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도 있었고, 음식을 질질 흘리는 아이들, 대소변이 그냥 흘러나오는 어르신 등 처음 보는 광경에 적잖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소심하게 코를 막고 눈을 돌렸던 부끄러웠던 열두 살, 내 모습이 떠올랐다.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수업에서 다뤄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지만, 그냥 일반 친구들처럼 똑같이 대해주기로 마음먹고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 이 친구들과 만들어 본 품목은 쿠키클레이 수업이었다. 조물조물 색깔 반죽들로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아이들이다. 쿠키 반죽을 만지작 거리는 아이들의 손이 분주했다. 배시시 미소를 짓고 반죽덩어리 하나를 조물 거리며 나만 쳐다보던 친구도 있었고, 어떤 아이들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미니어처 같은 생동감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반죽을 쥐는 것조차 힘든 몸이 불편한 친구들도 쿠키 반죽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보고 초콜릿을 콕콕 박아보는 활동만으로도 함박웃음을 짓고 행복해했다. 또한, 말을 시키지 않았다면 장애가 있는 친구라는 것을 전혀 몰랐을, 엄청난 집중력으로 작품을 완성해내는 예술적 소질이 다분한 친구들도 보였다.


한 친구는 ADHD였는지 자꾸만 자리를 뜨고 돌아다니려 했다.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시도 때도 없이 선생님을 불러 댔다. 이 친구가 자꾸 선생님을 불러서 계속 대답을 해주었는데, 보조 선생님은 나에게 아이의 부름에 선생님 피곤하시니 번번이 대꾸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게다가 그 친구는 늘 이렇게 계속 선생님을 부르는 친구라고 덧붙여주셨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키즈베이킹 수업 때면 나는 나의 아들에게 하는 것처럼 모든 아이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대답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베이킹을 하면서 나오는 아이들의 생각들을 통해 다양하고 기발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싹트고 하기 때문이다.


그때 아이의 부름에 대꾸를 해주고 대화를 이어가 보니 이 아이는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 같았다. 늘 누군가에게 외면을 당했던 기억들이 많았을 아이들이기에 적어도 내 공간에 온 이상, 나 하나만이라도 이 아이들에게만은 끝까지 소통해주고 싶었다. 모든 아이들은 다 그런 행동과 말을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 생각해서 아이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수업이 끝난 후 담당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선생님, 아이들에 맞춰 수업을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불편했을 텐데 너무 좋은 공간에서 좋은 수업을 한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 수업 이후, 인근 초등학교 선생님들 커뮤니티에서 소문이 났는지, 타 학교에서도 특수학급반이나 학교 밖 아이들 수업 의뢰가 적잖게 들어왔다.

한 학교는 인원수가 적은데 몸이 심하게 불편한 친구들이 있기도 했어서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학급 친구를 초대해 함께 케이크를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고 싶다고 하셨다. 출강 의뢰였다.


일전에 스튜디오에서 수업을 했던 친구들이라 익히 알고 있었다. 학교에 방문하니 휠체어에 앉은 채 몸이 뒤틀린 불편한 몸을 가진 친구들이지만 얼굴만큼은 해맑게 웃으며 어눌한 발음으로 선생님을 한 번이라도 봤다고,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여전히 보조선생님이 함께 해 주셨지만, 수업 중 한 친구는 소변을 보기도 했고, 침을 흘리기도 했다. 함께 케이크 만들기에 참여한 반 친구들은 이 친구들이 도구를 잡는 것도 도와주고 침을 흘린다고 더럽다고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배려해주는 착한 마음을 가진 친구들이었다.


유난히 애착이 가던 이 작은 초등학교 특수학급반 친구들. 무려 3년 동안 이 친구들을 만났는데 어느 날 출강한 날에 듣기로는, 한 달 후면 휠체어에서 가장 몸이 불편했던 남자 친구가 졸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무려 3년을 봐왔기에 나도 괜스레 마음이 찡했다. 몸은 여전히 불편했지만 목소리도 굵어지고 제법 성장한 곧 중학생이 될 남자 친구.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의 배려 속에 다녔던 초등학교를 벗어나 중학교에서 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지내야 할 텐데, 부디 잘 적응하고 지금처럼 해맑은 표정을 간직하며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들 수업을 하고 오는 날엔, 괜히 아들을 한번 더 안아주고 건강한 팔다리를 만지작거렸던 시간들이 있었다.


건강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 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들이 나와의 베이킹 수업을 통해 어떤 행복감을 얻어갈 수 있었을까. 그리고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배려하던 선한 마음을 가졌던 친구들의 아름다운 모습들. 아이들의 순수함과 따듯함을 가득 안고 갔던 그런 수업 풍경들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베이킹 선생님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그런 감정들. 특별한 친구들과의 베이킹 수업에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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