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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Jan 26. 2023

해서 기쁘고, 즐거운 것을 해야지.

여행가이드를 꿈꿔봐?



오랜만에 글을 끄적여보는 시간이다.

그동안 갑작스러운 평일 회사원의 삶을 살다 보니 일상이 많이 변해버린 것은 사실이다.

여유가 있을 때에는 보이던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되고, 바쁘게 살면서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 것도 그동안 숱하게 겪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왜 또 이리 간사해지는 것인지. 연말이네 연초네 설연휴네 정신없이 몰아치는 삶을 살아내면서 또 글을 쓰겠다고 발을 빼지 못하고 끄적거리고 있는 '나'란 존재.

기왕 이렇게 된 거, 편한 마음으로 반강제적으로라도 글친구들과 매거진을 통해서라도 끄적여보고 싶어졌다.

함께 하는 멤버들이 있으니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내는 우리들의 감정들을 솔직히 적어보는 것도 먼 훗날 들춰보면 하나의 기록으로 남겠지 싶고. 그리고 글을 쓰며 생각하는 시간들은 나의 일상 속에 잔잔한 기쁨이니까.






그 첫 번째. 희(喜), 기쁨.


요즘의 일상 속에서 느꼈던 소소한 기쁨의 기록이다.


최근, 주위에 일본여행을 가는 지인들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면서 나에게 일본 여행지, 맛집에 대해 물어보는 지인들이 종종 생겨나고 있다.


대학 때부터 시작해 회사생활 할 때, 베이킹일을 할 때마다 약 20년 동안 거의 매년 출장 혹은 여행으로 꾸준히 일본을 드나들었는데, 사실 팬더믹으로 인해 일본을 못 간 지가 벌써 몇 년째이다. 예전에는 여행책자와 지도를 들고 여행지를 누볐다면, 이미 인터넷에는 일본 여행 관련 어마어마한 자료들이 널려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나'에게 일본여행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내 기준의 여행 정보들을 넘겨줄 수 있음에 살짝 설렘과 희열을 느낀다.


누군가의 여행을 코디하는 것. 전문가도 아니면서 그동안 참 많은 지인들에게 일본 여행지에 대해 내가 알고 있고 겪어온 정보들을 전해주곤 했었다. 완벽하게 짜놓은 여행계획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정보들을 넘겨주고 선택은 직접 하라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조언을 하는 편인데, 누군가는 수용할 것이고 누군가는 또 다른 정보를 찾을 테다. 그래도 나의 의견을 존중해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나는 최선을 다해왔고, 그들이 정말로 즐거운 여행을 하고 왔으면 싶었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는 것은, 나를 믿고 맡긴다는 뜻 일 테고, 이것은 진정 감사해야 할 일이며 그 마음 씀과 용기 내어 물어옴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면 내가 정성을 쏟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상황도 경험도 버릴 것이 없는 것이, 여행 정보를 서칭 하는 과정 속에서 나 역시도, 그들과 함께 여행을 하듯 설레고 즐겁기 때문에, 조금 부지런을 떨고 오지랖을 피우며 시간을 들여 아는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일종의 나를 위한 힐링이기도 했다.


내가 일본여행 전문가까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지인들에게 일본여행 팁을 알려줄 수 있게 된 것도 오랫동안 일본여행을 다니면서 만들어 둔 추억들과 SNS에 올려둔 기록, 자료들 덕분이 아닐까 싶었다. 습관이 되어버린 기록, 글쓰기 덕분에 그 기록들은 자료가 되었고, 바탕이 되었다.


일본어를 전공했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언어를 연구하는 학자의 길보다는 일본어를 구사하며 비지니스 하는 일을 선택했다. 일본어로 비지니스 할 수 있는 업무를 하는 것은 어느 정도 나에게 맞았다. 종종 일본 출장을 다닐 수 있었고 일본어로 전화를 하고 메일을 쓰고 비지니스를 진행해 가는 일들은 흥미로웠다. 보다 폭넓게 일본인들을 사귀고 일본문화를 이해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들이 즐거웠다. 다소 외향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성향인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비지니스를 하는 행위들이 잘 맞았다. 그리고 늘 그렇듯 내가 사람사이의 관계를 진솔하게 대하도록 노력하면 상대방도 그 진심을 받아들이고 서로 좋은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몸소 배웠다.


맞벌이를 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짧게 자주 떠날 수 있는 일본 여행은 잘 맞았다. 한 도시에 일주일씩 머물며 근거리 여행을 하기도 하고, 짧게 떠났다 돌아오기도 했다. 아이만 데리고 훌쩍 떠나 일본친구들을 만나기도 했다.


마치 일본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일본에 갈 때마다 아들 나이에 가볼 만한 곳들을 찾아서 데려가곤 했었다. 어렸던 아들의 여권은 일 년에 한두 번씩 일본에 드나든 도장이 꽝꽝 찍혀있었고, 평소에 장난감은 잘 사주지 않으면서도 유독 한국에서는 비싼데 일본에서는 싸게 살 수 있는 장난감이나 블록들은 사 오곤 했다. 일본을 드나들며, 혹은 일본에서 오는 지인들이 선물해 주는 오미야게(작은 선물) 덕분에 집에는 늘 일본 먹거리들이 끊이지 않았다.


주위에 사람들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나에게 어디가 좋은지 뭐가 맛있는지 무엇을 쇼핑하면 좋을지 물어본다면 아는 지식과 경험에 적당한 서칭을 통해 추천을 해주곤 했다. 마치 내가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듯, 지금쯤 이 분들은 여기에서 이걸 하고 있겠지. 여행 첫날의 설렘에 잠을 못 이루겠구나.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으려나. 아침에 띠롱띠롱 횡단보도에서 울리는 노랫소리나 까악 까악 까마귀 울음소리에 당황하진 않으려나. 그 역은 출구가 여러 곳이라 많이 헷갈릴 텐데. 헤매진 않으려나.. 생각하면서 말이다. 한마디로 오지라퍼.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저런 경험치들이 일종의 힐링이며 배움이고 기쁨이기도 하기에, 내가 좋으니까, 해야 한다. 아니, 하고 있다.


내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나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내가 쓰임을 당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에 따라 따듯한 말 한마디만으로라도 인정받고 위로받을 수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


언젠가 해볼까? 생각했던 여행가이드도 재미있을 텐데.


세상 참 재미있는 일이 많다 싶다.


나는 도대체 커서 뭐가 되려나.


한번 사는 인생, 해서 기쁘고, 즐거운 것을 해야지 싶다.




본 매거진 '다섯 욕망 일곱 감정 여섯 마음'은 초고클럽 멤버들과 함께 쓰는 공공 매거진입니다.
여섯 멤버들의 '희로애락애오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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