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휴가

by 여비

60대에 여름휴가는 어떤 그림일까? 수없이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일상 속의 탈출이 집의 의무를 버리고 떠나면 여행이라지만 엄마인 나는 쉽게 휴가라는 월차를 내기도 버겁다. 결혼을 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의무와 책임을 외면하기가.... 아무튼 과감하게 식구들에게 통보했다!

제주도로 향하는 발걸음은 날아다니는 새처럼 가볍다. 평소에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해 한라산을 오르려 마음에 적어놓은 제주도였다. 한라산 등산행은 영실코스로 등반하기로 산머리를 올랐다. 제주도는 바람과 비가 많아 일기예보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마침 나의 휴가를 환영하는 듯 날씨는 화창했다. 숲이 우거져 뜨거운 태양빛도 피할 수 있고 기분도 날개 달린 새가 따로 없었다. 혼자서 제주도에 그것도 나 홀로 산행을 하다니 나 자신이 대단한 것 같았다. 주위의 시원한 계곡물은 환경 때문인지 들어가지 못하게 나무계단을 숲 주변으로 이어 줄로 막아두었다. 아쉬움을 뒤로한다. 졸 졸 흐르는 계곡물은 지나온 날들을 씻겨가고 조용한 사위가 나만을 매만진다. 재촉하는 사람 없고 내, 발길 가는 대로 이대로이면 충분한 내 소중한 시간들에 울컥하고 감사 눈물이 쏟아졌다.

미테랑 국립도서관 맨 꼭대기 층에 올랐다. 파리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2차 세계대전의 폭격을 피해 여전히 메트로폴리탄의 위용을 갖춘 곳, 센 강 주변으로 프랑스 최고의 수재들이 근무한다는 재정경제부, 저 멀리 기둥 두 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노트르담 성당과 건립 당시에는 파리의 흉물로 불렸으나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에펠탑까지 바토무슈(유람선)는 푸른 물길을 따라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딸애가 잡아준 호텔에 들어와 여행책자에 소개된 사진을 보았다. 10여 년 전에 프랑스 외 3개국을 여행 갔었던 낯익은 곳이었다. 파리는 낭만이었다! 혼자 만의 시간은 빨리도 달려간다. 지나간 시간 속으로 마음의 고향 같은 파리에서의 여행기를 찾아 곱씹는 이, 여유로움이 마냥 행복했다. 엄마로서 많은 그림자 노동이 적립되어 휴가라는 호사가 고맙기만 하다. 나 자신의 슬픔을 몽땅 버리고 돌아갈 집이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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