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로 이사 가요

꿈을 이루다

by 여비

싸락눈이 촘촘히 내린 이른 아침이다. 비켜선 층계를 타고 옹기종기 보퉁이들이 동그막 하게 자리들을 차지하고 분주하게 몸을 설치시는 어머님은 허둥대기까지 하신다. 이른 시간에 맞춰둔 이삿짐차에 시간을 대려 동분서주하신다.

방세 칸은 세를 놓고 우리 다섯 식구는 두 칸의 방을 나누어 생활을 해왔다. 일평생을 남편 없이 홀로 두 아들을 키우신 어머님은 억척을 부리셔야만 했다. 살아내야 했고 잘 키운 두 아들이 전부였고 어머님의 꿈이었다. 나는 큰아들의 큰며느리고 사랑하는 딸애의 엄마였다. 넉넉하게 살지못 한 것이 한이 되었던 어머니는 절약이 온몸에 배여 젊은 울 부부에겐 이해 못할 부분이 많았다. 특히나 세 들어 사는 정호 엄마와 나를 비교하는 어머님을 나는 못 견뎌했다. 동갑내기로 전주가 고향이라던 시골 아낙인 그녀를 며느리인 나보다 추켜세우고 인정할 때마다 가뜩이나 어머님을 어렵고 부담스러워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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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자금사정이 급해 전세로 살던 집을 뽑아 오갈 때가 없어진 울 부부를 어머님은 품어주셨다. 시동생도 딱한 울 사정을 이해했다. 하지만 사는 것은 잠시 다니러 올 때와는 천지차이였다. 매사가 눈에 거슬렸고 마주하는 밥상에서도 노파심의 잔소리는 끝나지가 않아 혼자 서서 대충 물에 밥을 말아 눈물을 반찬삼아 넘기기가 일쑤였다. 저녁상을 물리고 반계단을 두 칸을 타 넘은 부엌엔 바삐 준비했던 반쯤 열린 김치통이 내 눈에 보이고 아무렇지 않은 덤덤한 손놀림은 무의식이 되어 반복된다. 남편도 나의 이런 소외감을 이해 못하고 혼자만의 외로움에 몸부림을 오로지 이겨내야만 했는데 딸애는 벌써 엄마인 나를 받아주는 유일한 내편, 내 사랑이었다.

딸애가 복덩이였던 걸까? 아니면 내가 미워하고 불편하게 여겼던 어머님의 절약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식구들이 티브이 속 드라마에 몰두하며 깔깔대고 웃는 웃음소리에 끼어들지 않고 부엌 한편에 대충 앉았다. 냉장고 옆에 붙여둔 초록의 배경을 숲으로 덮인 아파트 광고 카탈로그다. 살며시 펼쳐 든 하얀 겉표지가 내 눈을 붙잡는다.

S 아파트 33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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