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12월 까지는

by 여비

그 여자의 집은 기찻길 옆에 있었다. 옛날엔 뾰족 탑이 예쁜 2층 집으로 동그란 창이 그 여자의 얼굴을 닮았다. 늦팔월에 한 주 꼬박 억수같이 비가 내리고 햇살이 쏟아지면 지천으로 검은 딸기가 익곤 했지.

처음엔 딱하나 반짝이는 진홍빛이 도는 발그레하면서도 푸르스름한, 단단한 응어리가 맺혔지.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드는 가을엔 잉크빛의 하늘로 눈이 시리다. 그 여자는 갈대밭에 앉아 먼 산자락을 바라본다. 서른 하고도 아홉인 이 가을엔 시집을 가야 했다. 요즈음의 초라한 조바심이 그 여자의 마음을 할퀴고 늦어도 12월까지는 동그막한 언덕 위에 하얀 집에서 실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지난봄에 만난 제비꽃, 그 여자가 굴참나무에 오르던 다람쥐를 쫓아 뛰던 아이들 속 풍경이 되고 숲 속에 매미 찾아 발발 대었던 날, 꽃과 나무들이 저절로 피어나듯 고요한 대지는 알고 있다. 꽁꽁 언 찬서리가 지구 북쪽 끝에 얼음을 몰고 오면 숨어 우는 그 여자가 얼음조각을 흘려보낼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름밤의 추억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