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검사하는 언니
동네 내과의원엘 왔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빼곡히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가 제법 많습니다. 남편의 이름을 적어놓고 빈자리에 앉았습니다. 혼잣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옆의 남자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는 웅얼거림에 내 귀는 확성기로 커졌습니다.
“안 돼요. 남편 기다려요. 감사합니다….
조용히 해요. 기다려요…. “
부부의 대화입니다. 들려오는 말소리로 보아 언니로 보이는 여자분이 환자인 것 같았습니다. 치매검사도 오신 김에 받고 가시자는 의사 선생님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늘이 며칠이죠? 여기는 어디인가요? 삼천리강산을 거꾸로 해보세요. 저를 따라 해 보세요… 간장 공장 공장장…
간장 공장 공장장만 들려왔습니다. 조금 지나 내 순서로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받았습니다.
내과의원 계단 앞에 앉아있는 그 여자분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왜 여기 계세요? 남편분은요…
안돼요. 남편 기다려요…“ 이것은 뭔가? 뭐가 잘못됐지? 싶다. 황급히 계단을 두 칸씩 뛰어넘는 그때 앞에 그, 남편분을 맞닥뜨렸습니다. ”요 앞에 계단에 헉 헉… 아이고,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하는 그, 입술엔 분홍빛 립스틱이 가지런히 발라져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