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름에 관심이 많다. 버스를 타고 일터에 갈 때 차창밖의 줄 서있는 간판을 보게 된다. "엘르 스포츠, 구두 한마당, 리 네일, 삼성부동산, 글라스타 안경, 소망 재가복지.. 등" 이어지는 이름들을 보며 생각한다. 떠오르는 이미지에 각자의 사연을 담아 정한 것이기에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사연을 담았다고 해 거창한 것은 아닌 나의 딸들 이름 짓기에 대해 잠시 적어본다.
큰딸이 태어났다. 시어머님께서 철학관에 **선생님께 복채를 드리고 지어오신 이름으로 "태희"라고 했다. 시골에서는 글 많이 알고 한문으로 끄적대며 어려운 필체를 휘날리니 아마도 대단해 보였는가 보다. 흰 봉투에 먹글씨의 글자를 담고 시어머님은 정성과 소망도 담아오셨다. 첫 손주를 품에 안아 본다는 생각에 잠을 설쳤다고 한다. 할머니가 되어 자식사랑보다 더욱 끔찍한 손주 이름을 지어 서울로 한달음에 오신 거다. 올 꽂게 당당한 세상을 이기는 여자로 살았으면 했다고... 시어머님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친정아버지께 부탁해지어 온 이름은 입 밖으로 낼 수도 없었다. 너무도 가없는 자식사랑 앞에서는 더는 티도 흠도 없었으니깐...
한 동안 동생 소식이 없자 시어머님은 한약을 보내왔다. 한약의 효험인지 치성과 기도 덕인지 둘째가 생겼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시어머님은 이름에 대한 말은 없으셨다. 한 집에 살며 큰딸에게 일어난 소소한 일에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체험학습, 수영대회, 봄소풍, 가을 운동회, 등 맛난 도시락은 물론 옷 맵씨까지 신경을 쓰셨다. 그러나 둘째의 산후조리만 해주신 것이 끝인 것 같다. 남편과 나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름을 지었다. 이름 짓기는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옥편을 펴놓고 "환희, 소라, 축복, 누리, 등 만만치가 않은 숙제였다. 갑자기 큰딸이 하는 말 "김서영, 엄마 내, 짝 이름이 '박서영'인데 무지 이뻐 그러니깐 김서영 어때요?" 한다. 이쁜 이름으로 했다. "김서영" 둘째 딸 이름이다.
목련꽃이 투둑 떨어지는 거리를 걷는다. 의사 선생님이 들고 온 수술동의서에 시어머님은 이름 석자를 적었다. 삐뚤빼뚤 덜덜덜 떨면서...
글 눈이 어두워도 당신의 이름 석자는 쓰실 줄 안다면서 실 눈을 뜨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