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위에 올라앉은 무청시래기가 시골 처마를 생각나게 한다. 작년에 남양주 집에 다니러 간, 그 따스한 햇볕과 마주한 날이다. 형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배운 배추농사가 평균점수에 닿았다. 턱없이 부족한 나의 농사 실력은 웃음으로 땜질을 하고 형님보다 일찍 텃밭에 나가 있는 모양새로 잘 넘겼다. 어찌 보면 일의 양으로 채운다는 부지런함이 통한 것 같다.
김장을 끝내고 배추 겉잎과 무청은 처마 밑에 시래기 단으로 매달렸다. 바람 잘 통하는 그늘에 열을 맞춘 시래기는 학교 운동장에 내걸린 국기처럼 위엄스럽다.
내 손으로 솎아주고 형님의 교습을 이어받은 첫 소출이다.
건강식이라고 주말을 맞아 시래기밥을 지었다. 시래기 손질이 우선이다. 시래기 단을 갈라 정리했다. 잘 삶아진 시래기가 채에 앉고 나는 맛난 식감을 위해 한 줄기씩 껍질을 벗겨 볼에 담았다. 적당한 간격으로 자른 후 시어머님의 국간장을 넣고 조물 댄다. 불려 놓은 쌀과 물의 비율은 1:1로 맞춘다. 쌀 위에 오른 시래기를 고루 펴 놓는다. 압력밥솥에 올려 불을 댕긴다.
갓 지은 시래기밥을 장미 홈세트 이쁜 그릇에 퍼 담는다. "어서 먹자. 맛있게 지었으니 고 맙 그루 같이 먹게 어서 와라"
양조간장, 국간장, 다진 파, 고춧가루, 물, 그리고 참기름을 넣은 양념간장을 나는 휘젓기만 한다. 목침이 뜨겁다. 마주한 남편의 얼굴 한 번 보고 시래기밥 쳐다본다. 귓가에 홀연히 스치는 소리 "어서 먹자. 같이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