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러 카페를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사흘 동안의 이벤트로 분위기가 좋다는 온양의 **카페로 갔다. 나와 막내 고모는 사실 커피맛을 잘 모른다. 쓰거나 신맛이 조금 그리고 떫은맛까지 암튼 맛있다고 표현은 못한다.
이곳 촌구석에도 건물 모양만 갖추면 1층엔 카페가 들어선다. 창고를 개조했다는 이 카페는 농산물을 쟁여두는 곳답게 크기로 눈을 잡아끈다. 아직은 코로나로 마스크를 장착한 무리들이 둥글고 네모지게 자리를 차지하고 은은히 들리는 뉴 에이지음악이 커피 향과 버무려져 오후의 나른함을 온몸에 감긴다. 우리 둘은 손을 맞잡고 자리를 고르고 카페 안의 공기를 폐 안으로 들였다. 아메리카노 한잔과 카페라테를 주문하고 마주한 얼굴엔 약간은 상기한 얼굴이다. 어색함도 잠시 내가 먼저 "고마웠고 항상 내 곁을 지켜줘서요.." 말을 했다. 시어머님 장례를 치르고 나는 한 뼘의 사람 노릇으로 힘들었다. 누구인들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멀리 두고 잊은 듯 살아가는 것 같다. 남편의 어머니지만 엄마가 없는 내게는 곁을 비빌 수 있는 조금은 어려운 엄마였다. 준비 없는 이별을 그렇게 하고 보니 회한만이 묵직하게 들려있다. 알 수 없는 헤아릴 수 없는 유한의 시간들을 추스르려니 버겁다.
남편의 배려로 난 온양의 막내 고모집으로 휴가를 왔다. 괜찮으니 아무 때고 쉬다가 오라 했지만 사흘을 정했다. 하루 이틀 사흘의 시간을 친정붙이와 함께 보내니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는다. 유년시절 한 방에서 숙제를 하고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흑과 백으로 오목 싸움했던 언덕 넘어 뾰족 지붕 집 얘기 고모가 전도사님으로 첫 부임받은 **교회 관사에서 독에서 막 꺼낸 얼음이 서걱 얹힌 동치미의 맛... 세월의 강은 그렇게 흘러 이곳까지 스며든다. 마음 한편에 커피맛처럼 우리 둘의 쓰고 신맛의 이야기는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