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by 여비

해바라기는 7월을 정점으로 태양을 놓아준다. 해바라기는 기하학적이다. 정교한 질서 또한 삐죽이 늠름하다. 둥근 꽃 판 테두리를 따라 노란 꽃 이파리가 둘려 쳐져 구색을 맞고 한 자리씩 마주 보고 있다. 꽃판의 꽃씨가 저마다 오밀조밀하다. 노랑꽃을 피우면 벌과 나비는 소풍삼아 나들이를 오고 단 한 번에 많은 씨앗들은 수분을 한다. 꺽다리 키가 큰 해바라기는 중심이 아닌 한편에 자리를 잡고 텃밭의 앉은뱅이인 상추, 고추들의 호위를 두른다. 뜨거운 여름의 이정표인 말쑥한 장대이다.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거인 같다.

1970년으로 기억한다. 흑백영화로 상영된 주말의 영화였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어느 날에 나폴리 시골에 살던 조반나(소피아 로렌 분)는 밀라노에서 온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분)와 사랑에 빠지고 둘은 결혼식을 올린다.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결혼식을 올리지만 남편 안토니오는 곧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떠나게 되었다. 기다리던 남편에게서 죽었다는 통지서를 받게 된 조반나는 남편이 살아있다고 확신을 하고 남편을 찾아 소련의 여기저기를 헤맨다. 천신만고 끝에 안토니오를 찾았지만 그녀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생활을 한다. 소련의 여인 마샤와 단란한 가정을 꾸며 살고 있는 모습에 이탈리아에 돌아오게 되고 조반나 역시 새로운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 그럭저럭 이탈리아에서 사는 중에 기억을 되찾은 안토니오가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나 조반나는 갈등을 한다.

남편을 찾아 우크라이나의 넓은 풍광 속에 끝도 없이 핀 노란 해바라기는 더 이상 꽃이 아닌 희망이자, 미래였다.

당시 화면 속에 눈물이 엉킨 나는 흘러나오는 헨리 맨시니의 영 화음 악속에 매이게 된다. 그때부터 슬픈 멜로물을 찾게 되었다 해도 모자람이 없다. 세월이 이렇게나 흘러서도 내가 만난 다시 보고 싶은 영화이다.

열차의 차 창가로 조반나의 노란 눈빛이 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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