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비가 심심치 않게 온다. 흐린 날씨 덕에 찌뿌둥한 몸이 기분도 가라앉는다. 나는 무거운 몸을 털어내고 창가에 섰다. 비는 부슬부슬 내린다.
이런 날은 손을 놀려야 해 한 뼘만 한 머릿속 생각이 미치자 나는 냉장고 문을 연다. 브로콜리와 콩나물을 넣은 얌새밥을 짓기로 했다. 밥은 고슬고슬하게...
책 속에서 만난 밥은 이야기로 충분하다. 심청전에 나오는 심청인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갔다. 세상을 보게 하려 어린 청이는 희생의 제물이 된 눈물밥이고,
이도령과 춘향이는 사랑의 밥을 나누며 그네를 뛴다.
흥부전에 놀부는 부자였다. 형의 욕심은 동생의 가난하고 관대함과는 별개였다. 형수의 쌀밥은 닿을 수 없는 성역이었나, 그나마 밥주걱에 붙은 밥풀이 흥부의 뺨으로 돌진하는 처 연밥이고 처량한 밥이다.
요즘새대는 <밥이 보약> 이란 말이 어색하다. 먹는다는 것이 때론 번거롭다. 그저 한 끼 때우는 수준으로 여긴다. 하지만 <섭생>은 일상생활이다. 무병장수가 우리들의 화두고 SNS로의 소통은 건강정보가 으뜸이다. 발품 팔지 않고 손가락만 까딱하면 명의를 찾고, 약 복용과 전문가를 능가하는 유투버들의 동영상까지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하지만 눈과 귀로만 듣는 지식이 무엔가? 손으로 만들고 머리로 지어야지..
황산화 식품인 브로콜리는 소금물에 씻어 놓는다. 꽃 모양으로 둥근 부분에 미세한 벌레가 있으니 20분 식초물에 담가 둔다. (약하게 탄 식초)
콩나물은 콩 안에 식물성 단백질이 들어있다. 또한 뿌리 부분의 아스파라긴산은 독특한 향과 함께 피로 해소와 숙취를 해독한다. 비타민A와 C는 콩에 없는 대사 식품이다. 콩이 생장과정 중에 지방의 감소 섬유소는 증가한다.
어제 오랜만의 북한산 산행으로 근육이 반란을 일으켰다. 뼈도 여기저기 살짝 쑤신다. 하산길에 막걸리 한 잔이 빠지면 서운하고 "으, 크 오랜만이다!" 덜 빠진 붓기도 내려야 해하며 술잔치 벌렸다. 마주친 술잔 사이로 산사랑이여, 우리 우정이여 고래고래 소리 높였다. 밥 배 따로 술배 따로 아궁...
압력밥솥이 울어댄다. 달래 넣은 양념장에 다시마 육수는 덤이다. 참기름의 고소함을 넣고 통깨를 솔솔 끼얹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은 최고의 사랑! 사랑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