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캣초딩인가?
기생충 사건으로 놀란 마음도 어느덧 잠잠해졌다.
이번 일을 통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망고는 우리 가족이란 걸 새삼 다시 깨달았고 더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망고가 창밖 구경을 할 수 있도록 블라인드를 올려주고 반대편도 젖혀주고 망고의 아침밥을 준비한다.
사실 우리 가족은 모두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 양식파인 남편은 호텔조식은 좋아하지만 한식파인 내 아침상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먹지 않고 한동안 아이는 아침마다 밥을 한 그릇씩 먹고 학교를 갔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밥 먹을 시간에 잠을 더 자겠다며 잠을 선택한 후로는 아침을 차려본 적이 없다.
그래서 오전 일이 없을 경우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만 일어나면 되니까 느긋하게 일어날 수 있지만 똥꼬 발랄 우리 망고 덕분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망고가 맞아주는 아침...
아침부터 반갑다며 비벼대고 계속 졸졸 따라다니니 너무 귀여워 망고가 원하는 건 뭐든 해주고 싶은 집사 마음이 생겨버렸다. 아이 양육할 땐 나름 잘 조절해서 키웠는데 망고에게는 다 무너져버린다. ^^
그런데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땐 망고가 소리를 내지 않아 걱정을 했었다. 고양이들은 욕구가 있을 땐 야옹거린다는데 우리 망고는 아무 소리도 안 내고 눈치만 보는 것 같아 걱정이었다. 하지만 집에 온 지 두 달을 향해 달려가는 이 시점에서는 망고가 말문이 틔였는지 쉼 없이 떠들어댄다.
아침부터 졸졸 따라다니면서 뭐라 뭐라 하기도 하고 나갔다가 들어오면 또 뭐라 뭐라 하고 셋이 모여 밥 먹으면 망고도 올라와 뭐라 뭐라 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망고가 자기도 같이 먹자며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망고와 대화를 하는 내 모습... 덩달아 남편도 뭐라 뭐라...^^;;;
그리고 좀 더 활동량이 많아졌다. 조금 더 높은 곳을 쉽게 올라가게 되었고 모험심도 강해져서 욕조 안 마개도 물고 나오고 싱크대에도 들어가서 숨어 있고 세면대에서도 물을 마시고... 종종 장난감도 물고 우리 침대 위에 선물처럼 올려놓기도 했다. 쫄보라 소파 밑에서만 살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똥꼬 발랄'
어느 순간 딱 저 단어가 떠올랐다. 아이조차도 엄마는 너무 진지하단 말을 듣고 산 터라 한 편으로는 똥꼬 발랄함이 부러웠는데 망고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이니 너무 뿌듯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오랫동안 유지되길 바랐다.
지난번 3차 예방접종을 하며 의사 선생님께서 다음에는 항체검사를 해야 하는데 중성화할 시기도 되었으니 함께하면 피를 한 번만 뽑으면 된다 하셨다. 그래서 망고가 조금이라도 덜 아팠으면 하는 마음에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다음에 항체검사와 중성화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중성화'라는 단어는 자주 들어본 것 같지만 정확하게 '왜?!!' 해야 하는 건지 몰랐고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수술을 하는 것인지 전혀 몰랐다. 그리고 그냥 느낌이 쎄~한 것이 '아직은 이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똥꼬 발랄한 시기인데 어떻게 수술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수술 이후 뭔가 에너지 넘치는 기운이 없어지고 망고가 우울해할 것 같았다.
남편은 여러 방면으로 알아본 후 빨리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난 아직 망고가 어리니 빨리 하고 싶지 않았고 도움을 주시는 분들께도 여쭙고 폭풍 검색을 한 결론으로 아직은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남편이 빨리 가서 수술 시 키라 해도 어차피 병원 대꾸 가야 하는 사람은 나뿐이었고 하루도 쉴 틈이 없던 나는 수술시키는 날도 중요했지만 수술 후 망고가 편히 쉬는 것도 중요했기에 내가 조금이라도 한가해지면 망고를 잘 돌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중에 시키고 싶었다.
의사 선생님께 적절한 시기인지 다시 문의한 후 추후에 수술일정을 다시 잡기로 하고 나는, 우리는 망고의 똥꼬 발랄한 모습을 더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똥꼬 발랄한 그 기간이 고작 일주일이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