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이 뭐예요.
언제부터인가 동네가 아파트 분양이야기로 들썩였다.
동네 아는 사람도 몇 없는데도 이 사람, 저 사람 모두 이번에 청약을 신청한다고 한다.
그나마 짧은 기간 동안 가지고 있던 청약통장조차 나는 해지해서 없고
청약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모르지만
계약금도 몇 천은 있어야 하는데 다들 그 돈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내가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이 동네를 떠난다 했을 때 나도 같이 떠나고 싶었지만
아이는 다니고 있던 학교를 포기하지 못한다 하고
나와 남편도 하던 일이 있어 그냥 주저앉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동네를 떠나지 않고
아이는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었음에도
나는 도전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도전도 아니고 세상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 오늘 그 시절로 돌아가 생각해 보니 우리에게 좀 더 나은 길이 있었다.
그렇다면 대출도 갚게 되어 남편이 좀 더 편히 살지 않았을까,
그리고 나는 일을 잠시 쉬고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해 볼 수 있었을 텐데…
열심히, 정말 열심히 살았어도
항상 제자리인 것 같아서
그때 내가 좀 더 지혜롭게 시대 흐름을 파악했더라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복잡했다.
그냥 갑자기 현타가 왔다…
내가 원하는 삶은 정말 소소한 것인데 그게 왜 그리 어려운 건지...
나는 왜 이리 헛발질을 하며 사는 건지 답답했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막걸리 사갈까??"
평소 같으면
"무슨 막걸리야?!! 오기나 해!"라고 타박했을 텐데
그날따라 괜히 내 맘을 눈치채준 것 같아 울컥해서 사 오라고 했고
둘이 한 잔씩 마시면서 순간 현타가 온 일을 말하니
"그런 걸 어찌 알고 사냐? 그렇게 따지면 나도 몰랐고...
그래도 너 열심히 산 거야. 이제라도 알았으니 나중엔 잘할 수 있을 거야."
결혼할 때 내 마음 가짐은 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던 거라
나이는 많고 철없이 굴 때도 많은 남편이 지혜롭지 못한 부인을 만나 고생만 하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나 자신에게 화딱지가 났었는데 토닥여주는 남편이 너무 고마웠다.
비록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넉넉하진 못해도 나름 알콩달콩 잘 살고 있고
분양, 청약 뭐 이런 건 몰라도 또 어떻게 굴러가겠지...
그리고 지금까지 산 것도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