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잘하는 것이 있을까…?

나도... 하나쯤은...?

by 멍군이

유퀴즈를 보았다.

장미란 님이 나오셔서 말씀하셨다.


장미란 님께서 열심히 노력하신 부분, 다 알지는 못해도 고생하셨을 거란 건 안다. 너무 대단하시고 인성도 좋으시고…

그런데 아버님께서도 역도를 하셨다고 한다.


‘그렇지… 맞아 유전적인 영향도 중요하지…’ 라며 나는 내 자식에게 어떠한 유전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음…

음…

음… 근데 난 뭘 잘하지??!!


생각해 보니 마흔 살 넘도록 내가 뭘 잘하는지, 좋아했는지조차 잘 모르고 산 것 같다…

그냥... 살기 바빴다...


그래서 이제라도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도 뭐 하나쯤은 있겠지... 싶어서 곰곰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나 떠올랐다.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때.

(그 당시는 저장과일이 흔치 않았던 시기니 사과랑 배 깎기 한 것을 보면 2학기 가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실과시간이었는지 과일과 칼을 챙겨가서 수업 시간에 과일깍이를 했다. 키도 제일 작고 손이고 발이고 뭐든 작았던 나는 그 작은 손으로 꼭지 윗부분부터 시작해서 아래로 사과랑 배를 하나씩 깎고 있는데 잘생긴 남자 반장아이가 배를 깍지 못해 끙끙대고 있었다.


난 부끄럼 많고 소심한 아이 었기에 그냥 보고만 있었는데 과일 깎기를 다 마친 날 본 다른 여자 아이들이 나보고 반장을 도와주면 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떠밀려 깎았는데...


아이들이 모두 놀랬다... 껍질은 얇고 정갈하게 깎인 배...

근데 왜 놀라지???

하고 두리번거리니 다들 삐뚤빼뚤... 아이고야~ 아까운 사과 속살을 버리다니!!!


그렇다... 그 당시의 나는 과일 깎기 정도는 눈감고 할 수 있는 정도였다.


어릴 적 바쁜 엄마를 대신해 주방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빠는 뭐... 주방 일은 안 하셨으니... 엄마가 바쁘면 첫째 딸인 내가 주방 일을 해야 했는데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후다다닥 후다 다닥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 나이에 이미 뛰어난 칼질솜씨를 갖게 된 것이다.


그 멋졌던 반장아이가 내게 자기 과일 깎기 도와주어 고맙다고 웃으며 말을 했는데 생각해 보니 아마 그게 그 아이와의 첫 대화이자 마지막 대화인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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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생각해 보면...

2013년 가을... 그때도 가을이다...^^

결혼 후 남편이 아이랑 함께 캠핑을 하고 싶다고 해서 텐트용품을 구매했고 그 브랜드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캠핑행사에 당첨되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 3일로 가게 되었다.


퇴근 후 달려 밤에 텐트 치고 다음 날인 토요일부터 본격적인 행사 시작!!

다양한 게임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종목을 살펴보고 각자 잘할 수 있는 것에 한 번쯤 참여하면 되는 것이었다.. 남편이 신청해서 가게 된 것이라 나는 적극적인 참여보다는 지켜보려 했는데 그런 나의 눈에 띈 게임이 있었는데 바로 사과 깎기 게임이 있었다. 그 캠핑장은 충주에 있는 곳이었고 한창 사과철이었던 것 같다.


팀별로 정해진 인원이 나와서 사과 한 개의 껍질을 가장 얇고 길게 깎는 팀이 이기는 게임!!


'음! 이건 내가 나가도 될 것 같아!!' 지켜보던 내가 슬~쩍 참여하기로!!


한 팀당 4~5명이었던 것 같은데 내 생각으로는 사과 하나 길게 깎는데 왜 4~5명씩이나 필요한 건지 이해가 안 갔지만 일단 뭐 그렇게 참여하라고 하니 나는 게임에 참여한 것으로만 의의를 둬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고 현실에선 잘 깎는다 해도 승부가 걸리면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손이 덜덜덜 떨려 혹 내가 우리 팀을 망칠 수도 있을지도 모르니 중간쯤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게임 시작!!!


'엇? 뭐지? 왜 벌써 사과껍질이 끊겨???'


내 생각으로는 분명 팀원들이 다 동원되지 않고 각 팀 첫 사람이 게임을 시작하면 사과 하나 끝까지 깎고 길이만 재어 제일 길게 깎은 사람이 이길 줄 알았다. 그런데 다들 시작하자마자 껍질이 끊긴다... 오 마이갓~ 이러다간 나도 깎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쩌나 그때부터 미친 듯이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새 내 손으로 온... 윗부분의 껍질이 까진 사과와 칼...

침착하자.. 침착해... 이건 일도 아니지...라는 마음으로 샤샤샥~깎아버렸다... 아주 얇고 가늘고 기~~~ㄹ 게~


길이를 재본 결과!!

우리 팀 승!!! 으하하하하하하~

아니 뭘 이런 걸 게임으로~ 아하하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내가 처음부터 할걸 그랬나 어헛~~^^;;


멋쩍게 웃으며 특별 사은품으로 사과를 받고 후다닥 퇴장!


그때, 그곳에서 먹은 사과가 정말 일품이었다...

그 맛이 지금도 생각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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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근의 일...

알고 보면 난 칼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아직 중식도는 사용해보진 않았기에 중식도는 가릴지도...^^;;;


시아버님께서 내게

"며느라! 난 우리 집에서 너처럼 칼질하는 사람 처음 봤다!"


'으잉? 이건 무슨 소리지?? 어떤 의미지...'라며 뒷 말을 쓰윽 기다리니...


"우리 집에선 아무도 그렇게 칼질을 다다 다닥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너는 엄청 빨리 다다다닥 칼을 쓰더라."라고 하시니 옆에 있던 아가씨도 거든다.


"맞아! 새 언니는 칼질을 엄청 빨리 잘해!"

어머니도 본인은 그렇게 못했는데 쟤는 빨리 한다며...


치.... 칭찬이겠지...

시댁 가면 얌전히 있으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그게 나도 모르게 볶는 요리 같은 건 빨리 후다다닥 볶으려면 빨리 썰어놓기도 해야 하니 하다 보니... 다들 놀라셨나 보다...^^;;




내가 사용하는 칼도 아니고 댁이라 조용히 천천히 한 건데도 눈에 띌 정도였다니 성격이 급해서 그런 거라 생각했는데 또 한 편으로 다르게 생각해 보면 나 칼질은 잘하는 거 아닐까??


이것도 잘하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요리사님들에 비하면 세발의 피지요. ^^;;)





앗싸~ 나!! 칼질 잘해요!!!^^

내 기준이지만 잘하는 걸 억지로라도 찾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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