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어릴 적 내 모습은 어린아이예요.
“어제 사진 속 어릴 적 너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고 이야기했을 땐 일하면서 바쁘다 보니 제대로 듣지 못해 잘 몰랐는데 오늘 다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무슨 말인지 알겠어. 사진 속 너의 모습은 작은 어린아이 었을 뿐인데 감당했어야 하는 무게는 너무 무거웠던 거지.”
맛난 것 포장해 오겠다며 걸어가면서 주말에도 출근한 남편과 통화하는데 갑자기 훅 들어오는 남편의 말에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지금 너도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아이는 그냥 아이일 뿐이잖아. “
어제 고민하다가 드디어 예약한 산부인과에 가게 되었다. 일 년 전 건강검진하며 추가검사해보지 않겠냐고 하길래 돈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래 나도 마흔 넘은 지 좀 됐으니 미리미리 검진하면 좋겠다 싶어 추가했다. 그런데 근종이 있다고 나왔고 1년 후 다시 재검사를 권유받았다.
그러고 1년이 지났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겁이 났고 무서웠다. 맘먹은 김에 '빨리 진료를 보자!!'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 현실은 예약마감이라 진료보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저기 병원을 알아보니 예약이 4월에나 가능하다. 일단 예약해 두고 며칠을 보냈다. 기다림은 두려움만 더 키우길래 미친척하고 당일 예약 취소된 것이 있는지 문의를 했는데 오후에 진료가 가능했다.
다행히 상태는 좋았는데 다른 부분이 신경 쓰였던 것을 다른 과에 가서 진료보기를 권하셨다. 괜히 돈만 더 쓰는 것 아닐까 싶어 거부하고 병원을 나오다가 '에라이~ 모르겠다. 온 김에 진료받고 찜찜함을 털어보자!! '라며 진료를 신청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검사의 결과는 날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그것도 부족해서 다음 주에 검사가 또 추가되었다.
병원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몇 시간을 보내고 나니 너무 피곤했고 다음 일정을 진행하지 못한 채 집으로 갔다. 남편이 고생했다며 쉬라고 해서 저녁준비는 할 생각도 못한 채 널브러져 있는데 친정엄마 전화가 온다.
아... 지금 너무 피곤한데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받았다.
"쏼라쏼라쏼라~"
전화 속 엄마의 목소리에는 내 동생에 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어떻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그 나이 아이들이 겪는 일들... 그 당시 나는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까 봐 말조차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내 삶조차 버거워 알고 싶지 않은 일들까지... 난 또 거절하지 못하고 듣고 있어야만 했다.
오은영박사님의 금쪽 상담소에서 나온 문제라는데...
'엇... 어느 순간 변해버린 나와 같다.' 위 7개가 모두 해당한다.
어릴 때부터
"네가 해야지.", "역시 넌 너무 착하다.", "효녀네"라는 말들을 많이 듣다 보니 뭐든지 잘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나이에 걸맞지 않게 의젓했고 그로 인해 참고 힘든 경우가 참 많았다.
남들보다 체구가 더 작은, 나도 남들과 똑같은 어린아이 었을 뿐이었는데 내게 주어진 상황은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물론 더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은 아이들도 많았겠지만 그냥 나에게는 버거웠던 것이었다. 그래서 너무나 아이 같은 어릴 적 사진을 보며 눈물이 나왔나 보다.
아직도 착하고 싶고, 효녀이고 싶은 건지 졸린 눈을 비벼대며 듣고 있다. 가족뿐만 아니라 남들에게도 이제는 거절도 해보고 나부터 좀 챙기자.
내 시간도 소중하고 내 몸도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