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주지 말지…
K장녀로 산지 40여 년…
그리고 마음의 문을 닫고 산지 2~3년 정도…
그러다 잠깐 반찬만 밖에 두고 가시려고 하는데 손주가 연락 안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 날 전화 왔을 때 내가 알바 다닌다고 했더니 나는 집에 없어도 손주는 있을 줄 아신 게다.
하지만 손주 녀석은 사춘기라 사실 방문 잠그고 들어가 우리랑도 문자로 대화할 정도로 연락조차 힘든 녀석인데 할머니 전화라고 특별히 받을 턱이 있나… 알바는 야밤에 가는 거라 오시라 했다.
바리바리 싸 오신 것들을 내려놓으신다. 참기름, 들기름, 고추장, 된장, 물미역, 마른미역, 나물 볶은 것, 콩자반, 멸치볶음, 이름 모를 풀까지…
사실 요즘 밥도 잘 안 해 먹고 집 안 정리도 안 해 개판이라 뭘 갖다 주신다는 것도 귀찮다. 그럼에도 출발해서 오고 계신다니 들어오시라 한 건데 너무 양이 많으니 급 피곤…
차와 과일을 내드리고… 잠시 앉아계시다가 가셨다.
그리고 뒤늦게 정리를 시작했는데 이름 모를 풀은 어떻게 해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냉장고도 작은 데다가 쌀이니 김치니 다 들어가 있으니 반찬들 들어갈 곳도 없어 난감한 차에 참기름이 쏟아져 기름칠이 범벅되어 있던 건미역은 날짜가 2023. 4. 20까지…
남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올해가 2023년인가??”
“응. 맞아 2023년. 시간이 빨리 가니 헷갈려.”라는 답변을 듣고는.
‘그래… 엄마도 날짜 헷갈렸겠지… 그랬을 거야…’라며 혼잣말을 했지만 그래도 속이 너무 상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뭔가 잔뜩 신경 써서 주시는 것 같지만 질질 흐르던지, 날짜가 지났던지, 곰팡이가 나던지, 썩었던지… 그래서 버려야 했던 것들이 참 많았다.
매번 그러려니 했지만 딸에게는 최상의 좋은 것만 주려고 하는 지인들의 친정엄마와는 다르다는 걸 어느새 나도 알아가고 있었다.
‘엄마도 날 생각해서 준거야. 다만 제대로 확인 못한 거겠지. 그럴 수 있어. 괜찮아. 그럴 수 있는 거야.’라고 세뇌시키지만 한 켠에서 무너져내리는 마음을 조절하기가 참 힘들다.
고생스럽게 가져왔을 부모님 생각하면 버리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다른 가족에게 날짜 다 된 거나 상한 걸 줄 수 없으니 또 나만 꾸역꾸역 먹을 거란 걸 알기에…
‘차라리 주지 말지.’
라는 못된 마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