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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May 26. 2023

너희를 만나 행복해

기왕이면 더 잘해주고 싶지만^^;

 일이 일찍 끝난 남편과 일이 평소보다 늦게 시작하게 된 나는 오래간만에 점심데이트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남편이

“문뜩 오늘 내가 결혼을 안 했으면 지금 어쩌고 있었을까 생각을 해보았어. 그랬더니 아주 끔찍했을 것 같더라고. 나는 소심해서 뭘 하지도 않았을 거고 그냥 있었을 것 같아. 재미없게… 그나마 너랑 호야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활발하게 사는 거야. “


 항상 먹던 까르보나라가 아니라 짬뽕 같은 매운 파스타를 먹느냐고, 그리고 예약한 사람에게는 식전빵을 준다면서 음식이 다 나왔는데도 주지 않아 예민해진 내 귀에는 남편의 말이 바로 들어오지 못했다. 더군다나 평상시처럼 계획된 대로 굴러가야 하는데 오늘은 내 일이 늦어지다 보니 뭔가 기분이 그랬는지 남편이 한 말이 낮에는 안 들어왔는데 갑자기 야밤에 물류 알바를 하고 와서는 가족들을 보니 그제야 귓가에 맴돈다.


 허세 가득 엄마아빠에게 까부는 녀석이 아직도 태교 하며 만든 애벌레(인형)랑 연두(팔다리 긴 연두색 인형)를 안고 자는 모습을 보니 짠하고 더 많은 사랑을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그리고 저녁에도 잠시 일하고 와서는 살 빼야 한다며 저녁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고 오늘은 본업이 끝나자마자 냅다 알바까지 간 와이프 대신 아이가 먹은 저녁을 설거지하고 건조기에서 빨래 꺼내 개 놓고 피곤에 절어 자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또 짠하다.


 사실 나도 이들을 만나서 그나마 하고 싶은 것 실컷 하고 사는 거다. 내가 뭐 배운다면 언제든지 해보라고 응원해 주는 남편, 그 덕에 아이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뭔가 배우는 동안 혼자 기다리며 노는 법을 터득했다. 이들이 있어서 함께 자유여행도 다녔고 캠핑도 했고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덕분에 요즘은 오전에는 산책하고 악기 배우러 다니고 일 끝나면 저녁에는 운동도 하고 알바도 하고 매일 알차게 보낸다.


 그래서 더 잘해주고 싶은데 이런 마음은 잠들어 있을 때 드나 보다. 아이가 잘 때 제일 이쁜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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