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은 냉동실에 해야 하나 봐…
탕후루가 유행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동네는 팔지 않았고 아이도 딱히 이야기하지 않아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건강 해쳐 안 좋다고 여기저기서 탕후루 이야기는 나오는데 철들면 죽는다는 신념을 가진 남편이
"우리도 탕후루 먹어보자!!"
"우리 동네는 없어"
"어딘가 팔겠지! 유행이라잖아~~"
"옆동네 가야 해..."
"그럼 가자!!!"
"안돼! 우리 술 마셨잖아!!"
"그게 무슨 술이야?! 무알콜이잖아!! 그리고 무알콜 마신 지 몇 시간이 지났지 알아??"
"나에겐 술이야. 그리고 무알콜도 알코올이 조금은 들어가 있다고 했어. 몇 시간이고 나발이고 안돼!"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도, 규칙을 어기는 일도 용납하지 않는 나는 무알콜 마셨으니 안된다고 했지만 뭐... 물론 옆동네까지 차 끌고 가야 하는 건 맞았지만 우리나라가 어떤 민족인가... 돈을 내면 배달이 가능한 나라!!
하지만 배달료가 5500원인가... 하길래 배달된다고는 남편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쩌다 지나가는 길에 사 먹는 거 아니면 굳이 비싼 배달료를 내고 먹을 순 없었다.
그렇다...
0.0000...%의 찜찜함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우린 그래서 결국 못 먹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이가 사격을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금요일마다 다른 시를 방문하고 있는데 아이가 사격을 배우는 동안 나는 운동할 겸 동네 산책을 했었다. 근데 그곳 1층에 탕후루가게(?) 같은 걸 본 것 같은 것이다.
그래서 저번에 탕후루 사러 안 갔다고 구박받은 설움을 없애기 위해 사 오기로 약속!!!
몇 달을 다녔는데... 어쩌다 마지막 수업인 날...
드디어 탕후루가게 방문!
근데 막상 아이는 들어가지 않고 차에 있겠다며 '귤'을 주문했다. 알레르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많지 않은 아이였는데 그나마 귤은 먹을 수 있었나 보다. 그리고 우리 집 아이는 유행하는 것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는 듯하다...^^;;; 호기심에서라도 가게 가서 구경도 하고 이것저것 더 사볼 만도 할 텐데...
아이가 주문한 귤을 주문하고, 청포도와 귤을 하나 더 주문해서 포장했다. 그리고 남들은 다 맛있다 해도 우리 입맛엔 또 안 맞을 수 있으니 더 이상 주문하지 않고 나왔다.
운전하는 옆에서 귤을 맛본 아이는 두 눈을 크게 뜨더니
"오~ 맛있네. 아~ 이래서 잼민이들이 환장했구나~"
"야! 너도 잼민이거던~!"
나도 한 알배어 물었는데 생각보다 바삭하고 맛있었다.
그리고 귤 하나는 늦게 퇴근하는 남편을 위해 집에 도착하자마자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엄마, 아빠 언제 와?"
"좀 있으면 오실걸~ 왜?"
"아빠 탕후루 먹을 때 좀 뺏어 먹으려고~!"
우리는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은 한 명을 기다렸는데 아이는 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남편이 냉장고에서 탕후루를 꺼냈을 때 기가 막히게 방에서 나왔다.
그런데...
"어? 물이 떨어져?"
"뭐?? 뭔 소리야?? 내가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앗, 그제야 냉동실에 넣어놨어야 함을 깨달았다...
설탕물이 뚝뚝 떨어지는 탕후루...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한 입 먹겠다고 하나의 막대기에 꽂힌 귤 5알을 치열하게 물어뜯었다.
설탕물이 떨어지는 그 탕후루... 생각보다 맛있었다...
분명 예전부터 우린 차이나타운도 자주 가서 탕후루 자주 봤는데 그땐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철없는 남편덕에 우리 집은 유행하는 탕후루를 맛보게 되었다.
이제 맛봤으니 끝~!
유행하는 게 하도 자주 바뀌고 많다 보니 하나 따라 하기도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