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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Sep 25. 2023

꼭...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요.

며느리도 잘해요. 

지독히도 본인의 부모님을 싫어하는 남편 덕에 난 그다지 시댁을 자주 가지 못한다. 

많은 며느리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대목이지만...


쓸데없이 올곧은 첫 째딸로 태어난 나는 엄마가 힘들게 시댁일을 하는 것도 많이 보았고 그 세계가 썩 좋지 않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도 내 가족 안에서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을 결혼하면 또 다른 곳에서 사랑을 충족해 보리라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결혼하면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야 한다 생각했지만 그게 안되자 명절 때는 시부모님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잠도 자고 다음 날 시누이들을 기다릴 거라는 뭐 그런 생각도 했고 결혼 초반에는 그렇게 하기도 했는데 잠은 본인집 가서 자고 싶다는 남편 덕에 내 로망은 깨졌다. 


뭐 지금은 고맙게 생각한다. 

로망은 로망일 뿐...


현실은 내 아들을 뺏아간 사람일 뿐이니...




남편은 운전을 많이 하는 일을 하는 터라 힘들어하고 토요일도 늦게 끝나 장거리 아니면 주로 내가 운전한다. 


간만의 만남...

 

경상도 분인 아버님께서 운전하는 날 칭찬하신다...


"며느리가 운전을 잘해~"


운전을 잘하고 못하고 가 어디 있나... 그냥 교통흐름에 방해 안되고 사고 안 나면 다행이지...

그래도 난... 80세가 넘은 경상도 분인 아버님께서 하신 말씀이라 더 고마웠다. 

누군가를 태우면 더 예민해지고 더 안전하게 운전하려 노력하는데 시부모님을 모신 거라 이래저래 신경 쓰였는데 그냥 그 짧은 문장이 참 감사했다. 


하지만...


질세라 바로 어머님 왈...


"우리 oo 이는 더 잘해~"


아뿔싸...!!!

여기서 oo 이는 본인 아들 이름되시겠다!!!


아니~!! 지금 아들, 며느리 누가 누가 운전 잘하나 시합하나요?!!! 

아버님이 칭찬하신 의도를 모르시는 거예요?!!!


물론 어머님과 두 딸들, 그리고 아버님까지 운전을 안 하시고 오로지 아들만 운전하던 집안에서 며느리가 운전하는 게 못 미더우시겠지만 제가 어머님 모시고 다닌 게 10년도 넘었다고욧!!!


대한민국 며느리라면 이런저런 사연이 참 많겠지만 명절을 앞두고 최근에 겪은 일이 떠 올라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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