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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Oct 16. 2023

용기를 얻어보자

시골동네 탐방 1

내가 하는 일에 기록을 남기기 위해 인스타를 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예전에 미니홈피는 그래도 잘 굴렸는데 이제 나이를 먹었는지 도통 뭔 소리인지 모르겠고 눈이 아프다. 


그래도! 

그냥 인스타 뒤적뒤적하다가 오지 시골에서 재미나게 사시는 분을 알게 되었다. 


그분은 아이가 어릴 때 가서 살기 시작하셔서 지금까지 잘 계시는 것 같았고 

메시지라는 글자가 보여 무슨 용기가 났는지 미친 듯이 글을 써서 보냈다. 


그리고 바로 몰려오는 후회...

아... 모르는 사람한테 애먼 짓했다. ㅠㅠ

이래저래 바쁘실 텐데 내가 뭐 한 거야...ㅠㅠ 


그날, 

내 일 할 때도 맘이 계속 뒤숭숭...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나의 행동...


밤새 잠은 오지 않았고,

 

다음 날 같은 동네 살다 아주 조금 들어가서 사는 정말 친한 분을 뵙게 되어 오래간만에 운전하고 나갔다가 주차하고 일찍 도착하여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인스타를 보니 엇! 답장이!!


장문의 답장에 눈물이ㅠㅠ 

그분의 글에도, 내 마음도 사실 결론은 나 있었다.


청소년기에 들어간 아이와 잘 상의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것!


찬찬히 아이와 남편과 다시 이야기하고 그분도 업과 가정일도 있으시기에 며칠 뒤 이번엔 좀 차분히 정리해서 답변을 드렸다. 너무 고맙고 아이가 성인이 된 후 다시금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아는데도, 잘 알고 있는데도 

마음이 너무 답답하고 나도 아이가 어릴 때 도전할걸...이라는 후회에 끙끙대고 있으니 남편이 일을 쉬고 바람 쐴 겸 인스타로 답을 주셨던 분이 하시는 카페에 다녀오기로 했다. 


괜스레 또 민폐 끼칠까 봐 꼼꼼히 다시 살펴보니 예약을 해야 하는데 폰 번호로 해달라고 되어 있어서 그렇게 예약하고 인스타로 뵈러 간다고 말씀을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고민을 하다가 나 외에도 손님이 계실 테고 귀촌생활 물어보시는 분들도 한 둘이 아니어서 혹 피곤하실까 싶어 연락드리지 않았다. 


잘 알지 못하는 동네다 보니 이리저리 다녔는데 호랑이가 있어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멋진 절경에 정말 감탄만 계속했다. 낮에 보는 초록산과 하얗고 파아란 하늘은 언제나 봐도 너무 멋지다. 


그리고 학수고대하던 카페를 방문하여 차를 마셨지만 극 부끄러움이 발동된 나는, 손님이 안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주문만 하고 한 시간을 남편이랑 조잘대다가 나왔다. 


남편이 "너도 참 여기까지 와서 아무 말도 못 하냐"라곤 했지만 어쩌다 성격이 이렇게 됐는지 나도 곤혹스럽다. 

추후에 내가 너무 변태사이코 같아서 카페에 방문했었다고 메시지를 남겼는데 바쁘신 분이다 보니 더 이상의 답은 없었지만 멋진 절경과 맛난 차, 그리고 모르는 내게 따스하게 글 보내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감사드린다. 


멋지게 사시는 것 같아 용기 얻고 집으로 도착. 

하루 종일 게임한 듯한 아이를 보고 반가워 안아줬지만 시큰둥^^;;;


괜찮아. 난 용기 얻고 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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