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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더미 앞에서 알아챘다.
나는 아직 너에게 할 말이 남았다.
미리 적어보는 연습 따위 없이 길게
흘러나오는 대로 주절거리며
내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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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좋다'라고
몇 번이나 소리내서 말할 수 있다.
내 안의 애정과 태도를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곳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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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하는 공간에 데려갈 땐
괜히 떨리고 긴장된다.
취향을 드러내는 게
마치 민낯을 보여주는 일 같아서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요즘 즐겨 듣는 재생목록을 보여주는 것도
어지간히 가까워지지 않으면
진짜 나를 꺼내 놓는 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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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은 갈수록 짧고 귀하다.
저만큼 채워진 낮달도
마음껏 걸을 수 있는 오늘도
딱 하나뿐이라서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