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팔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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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긍

2019년 가을에 집을 샀다.

지나고 나니 집값이 미친 듯이 오르기 바로 직전이었지만, 집이 없는 나에게는 집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중이었던 시점이었다. 어딘가에서 본 정보에 따르면, 동네 부동산 사장님과 집사는 것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좋은 정보를 얻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집값이 얼마나 뛸지, 요즘 분위기는 어떤지.. 심란한 마음을 가지고 전세 계약을 했던 부동산을 찾았었다. 전세계약을 진행해 주셨던 사장님은 가게를 접으셨고, 다른 사장님께서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뭐 좀 여쭤봐도 돼요?"

하면서 앉았던 그날, 난 그날 밤에 집도 보지 않고 집을 계약했었다. 천만다행으로, 그 결정은 두고두고 나를 칭찬한만한 좋은 결정이었다. 바로 2020년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집값이 막 올라서, 당시에 받은 것보다 훨씬 많은 대출을 받아야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빚을 지고, 조금 더 돈을 마련해서 '내 집'의 인테리어를 했다. 직접 인테리어를 해서 아낀 돈으로 하고 싶은 만큼 마음껏 집을 고쳤던 것 같다. 매일매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바뀌는 것이 재미있었고, 여러 작업하시는 분들과의 하루하루가 새로워서 좋았다. 그렇게 집을 고치고 6년이 지났다.

찾아오는 친구들이 모두 거실에서 보이는 겹겹이 산들이 가득한 전경을 정말 좋아했고, 작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집의 곳곳에 감탄을 해 주었다. 그런 인정들 말고도, 집에 와서 불을 켜고 누웠을 때의 편안함과 아침에 일어나서 사시사철 바뀌는 풍경을 보면서 '좋은 마음'으로 살 수 있었다.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고, 집 근처에 9호선이 뚫린다고 했다. 여기라면 오래오래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집 바로 옆에 진짜 멋진 도서관까지 생겨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런데, 왜 집을 팔았냐고?

이제 그 이야기를 해야겠다. 집의 상태는 나에게 최적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나의 욕망에는 조금 작았다. 나는 에어프라이기도 사고 싶고, 토스트기도 사고 싶고, 큰 소파도 사고 싶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오면 번듯한 손님방에서 편하게 쉬게 해주고도 싶었다. 그런데 그러기엔 집이 너무 작았다. 작은 집이 번잡해지는 것이 싫어서 '커피머신' 하나를 사는 것도 엄청 고민을 하다가 겨우 실행에 옮겼다.

언제부턴가 집이 조금 크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독립한 이래로 '복도식'에서 살았던 나는 '계단식'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마음들을 키우지도, 누르지도 않고 그 상태로 같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나에게 기회가 생겼다. 친한 언니가, 집값이 갑자기 7억이 (집값의 1/3이 넘게) 뛰었다는 것이다. 혹시 우리 집도? 하고 부동산앱을 찾아보니 그 정도는 아니지만 집값이 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부동산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하고, 퇴근 후에 부동산에 갔다.

사장님께서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하셨다. 그 새 대출금을 조금 갚았으니까 빚을 조금 더 지고 큰 아파트로 옮기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 사장님께서는 그럼, 일단 집을 팔아보자고 하셨다.

"그럴까요?"


그 날밤 집에 들어와서 집을 둘러봤다.

아무리 봐도, 이 정도의 컨디션의 아파트는 좀처럼 찾기 어려울 것 같았다. 집을 사러 오는 사람들 눈에도 좋아 보일 것 같고. 갑자기 우리 집이 남의 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서운하다. 밤에 오징어배처럼 반짝이는 천호대로의 가로등을 이사하면 못 볼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아쉬웠다.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마음먹었으니 한 번 해 보자 생각했다. 인테리어를 한 번 더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돈걱정보다는 재밌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난 집을 고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또 알게 되었다.


집을 사고 고친 이야기를 쓴 책 '사고 고치고 살다'를 쓰고, 시집 '심장이 먼저 달려왔다'를 출판한 후 세 번째 책을 기획하고 있다. 작년 말쯤에 양말기획에서 이야기하다가

"아. 집 팔고 새로 인테리어나 하면 모를까.., 뭘 써야 할지 모르겠네..."

라고 말했었다.


말이 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