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내놓긴 했지만, 꼭 팔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팔리면 팔리는 거지만, 안 팔려도 괜찮다는 그런 어정쩡한 마음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다. 주말이 되기 전 부동산 사장님께 전화가 왔다. 토요일에 두 팀이 우리 집을 보러 온다는 것이었다.
앗! 집을 보여주는 것. 그런 절차기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집 사진을 보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것으로 해결되고 꼭 살 분만 보게 해 달라고 했지만, 그렇게 일을 처리하시기는 어려우셨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집을 보지 않고 결정하는 것은 나나 할 수 있는 일. 오시라고 했다. 오시는 분들은 모두 집이 좋고, 풍경도 좋다고 하셨지만 우리 집을 선택하시진 않았다. 이게 뭐라고 신경이 쓰였다. 내가 거절당한 기분이랄까?
그 다음 주 금요일이 되자 사장님께서 집을 보겠다는 분들이 세 팀이나 된다고. 토요일에 보게 해 줄 수 있냐고 물으셨다.
"너네 집이 보여주는 집 되는 거 아냐? 원래 부동산 사장님들 여러 집을 보여줘야 하니까 그냥 들르는 집일 수도 있다고!"
친구가 말했다. 그런가? 사장님께 다시 전화를 드렸다. 우리 집에 관심 있는 분만 보여드리면 좋겠다고. '안 팔리면 안 팔지 뭐.' 그런 마음이었다. 토요일에 부부 두 분과, 혼자 집을 보러 온, 갓 결혼한 듯한 청년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요즘 본 인테리어 한 집중에 제일 좋네요", "풍경이 정말 좋아요" 여러 칭찬을 하시고,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네. 감사합니다." 대답을 했다.
처음 보는 분들이 우리 집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내 삶의 흔적들 사이를 훑어보고 짚어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왠지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도 영 어색했다. 사장님께 이제 집 그만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사고 고치고 살다'(양말기획)를 드렸다.
"다음에 우리 집을 보고 싶어 하시는 분이 있으시면 이 책을 보여드리면 안 될까요?"
사장님은 뭐, 시작한 것 잘 팔아보자고 하시면서 웃으셨다. 그 다음 주. 집을 내놓은 지 두 주가 된 월요일. 사장님께 전화가 왔다. 집을 계약하자고.
"오늘요?"
갑작스러운 전화에 놀랐다. 생각보다 집이 빨리 나갔다. 집 보여주는 것이 힘들어서 그냥 팔지 말까 생각하던 터이기도 했다. 마음이 콩닥콩닥! 내가 저지른 일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까 궁금하고 떨렸다. FP의 극단을 사는 나와, 애니어그램 7번 유형, 재미를 쫒는 내가 만나서 또 하나 큰 사건을 만들고 있구나 싶었다.
"좋아요! 7시에 뵙겠습니다."
약속을 했다. 진짜 집을 팔게 되는 걸까? 의심이 반이었다.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갔다. 테이블 저편에 토요일에 우리 집에 왔던 청년이 앉아있었다. 활짝 잘 웃는 하얗고 맑아보이는 여자분과 여자분의 눈치를 살짝살짝 보면서 자기가 집을 잘 보고 왔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큰 눈을 껌벅거리는 남자분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기분이 좋아진다. 주말에 이 동네 와서 아파트 주변을 둘러봤다고 했다. 전세를 살다가 집 옯기는 게 힘들어서 집을 사려고 했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마음에 드는 집을 몇 번 놓쳐서, 이번엔 바로 결정했다고 했다.
역시! 집은 주인이 따로 있나 보다. 집을 보러 온 세 팀 중에 가장 조용하게 집을 돌아보다가, 와이프에게 집을 보여주고 싶다고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던 분이 바로 우리 집을 '우리 집'으로 만드실 분이었다. 난 '개인공간이어서 좀 어렵죠."라고 대답을 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빨리 절차가 진행됐다. 약정서를 쓰고, 토지거래허가서 관련 서류를 작성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금'. 우리 집이 남의 집이 되는 순간.
6년 전 어느 가을 밤. 집을 보지도 않고 사기로 결정한 그날이 생각났다.
아파트 입구에서 층수를 세면서 12층 저 집이 우리 집이 되겠구나 하면서 올려다봤던 날이 생각났다.
집은 파는 게 아니라 팔리는 게 맞다. 내가 팔고 싶을 때 파는 것이 아니라, 사고 싶은 분이 나타났을 때 그쪽으로 넘어간다.
집이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