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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긍 Oct 12. 2020

첫 번째 고비를 넘다

목공사 들어가기 전에 결정한 것들

천장이 주저앉은 것 같다고요?


  싱크대 실측을 하면서 거실 천장의 어느 부분이 주저앉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천장이라니!’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영역. 잠깐 당황했지만 바로 ‘천장 공사’로 검색을 시작했다. 오래된 집은 천장을 지탱하는 지지대가 삭아서 주저앉는 경우가 종종 있고, 그럴 경우엔 다시 천장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여럿 볼 수 있었다.


 목공 팀장님에게 상황을 알리고, 천장 보강 공사를 해야 하면 가능한지, 예산이 얼마나 는지 물었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3일에서 일주일로 목공 기간이 늘 것이고, 철거팀에게 천장 철거도 요청해야 한다는 답변. 이틀 후가 바로 철거인데, ‘공사 기간과 예산’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큰 부담이 되었다. 천장 공사를 안 하는 방법을 찾다가, ‘노출 천장’을 고민하게 되었다. 천장을 노출하게 되면, 목공 공사 기간이 늘지는 않는다. 하지만, 페인트칠이 필요하고, 조명 박스를 만들어야 하는 공정이 생기게 된다. 인테리어를 준비하며 정독했던 책*에서는 아파트 거실 천장은 노출해도 복잡하거나 지저분한 것이 없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는 것을 읽긴 했지만 쉽게 결정이 안됐다. 여러 가지 정보 중에서 날 가장 머뭇거리게 한 것은 노출 천장의 경우 위층의 소음을 아주 잘(!) 전달해 준다는 것이었다. ‘공사 동의서’를 받을 때 위층에서 만난 귀여운 네 살 꼬마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몇 번의 팀장님과의 통화 끝에 직접 현장을 확인하기로 하고 다음 날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철거 하루 전날 팀장님을 만났다. 전날 하루 종일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팀장님이 천장을 직접 툭툭 막대기로 쳐 보더니, 상태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부분 보수만 하면 되겠다고 하셨다. 원래 처음부터 천장 공사 마무리를 어설프게 해서 울퉁불퉁해 보인 것 같다고, 지붕이 오래되면 고정했던 못이 빠져서 건들면 출렁이지만 우리집은 괜찮다고 했다. 휴우~. 생각보다 허무하게 천장 문제는 마무리되었다 역시 현장에 답이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예상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전화위복!

 덕분에 목공과 전기공사를 해주시는 팀장님과 만나서 집 컨디션을 살피며 목공과 전기에 관한 사항을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에 영 초보인 내가 아무리 공부하고 준비한다고 해도, 공정과 공정의 연결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전문가와 같이 이야기를 하니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명확해졌다. 만약 이날의 미팅이 없었으면 여러 날을 헤멜 뻔했다.          


 이 일로, 하나의 작업이 끝나기 전에 다음 공정과의 연결 사항을 확인하고, 결정하는 습관이 생겼다.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해서 최대한 시뮬레이션하고, 선택지를 마련해 놓으니 공사를 주관하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실전을 눈앞에 두고 셀프인테리어를 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집 상태를 체크하는 목공팀


본격적인 공사 전 목공팀장님과 결정한 사항들.


(1) 목공사

베란다 우수관 짜기. 확장 거실 단열 마무리, 천장 평 몰딩, 걸레받이, 우물천장 평탄화, 부엌 쪽 벽 석고 대기, 문 교체 3개 (영림 도어 중백색), 베란다 창고 선반 두 개.

보류: 중문은 현관 가로길이가 너무 작아서 심하게 답답할 것 같다는 말에 일단 보류.

추가: 혹시, 자작나무 합판으로 티비장을 짜주실 수 있냐 했더니 가능하다 하심. (자작나무 합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신나는 일, 집 안에 가구 하나쯤은 내가 만들고 싶었는데 목수님과 이야기하니 바로 가능한 일이 되었다. 그 자리에서 티비장을 설계했다.)

티비장 디자인안. 최대한 깔끔하게. 공간 넓어보이게 아래는 띄우기


(2) 전기공사 :엄청난 까대기**가 예상되는 전기 공사의 전반적인 사항도 체크하여 확정하였다. 콘센트 위치와 스위치 위치 잡기, 갯수 잡기는 그 공정이 진행될 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나중에 진행하려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엄두가 안난다. 꼭 내가 원하는 장소에 위치할 수 있게 미리 생각하면 좋다. 

(3) 다음 공정 분들과의 소통할  내용     

철거팀에 세탁기가 들어갈 수 있게 욕실 문을 키우고, 베란다 확장 쪽으로 콘센트와 배관을 매립하는 것을 요청드렸다. 에어컨 실외기 연결과도 미리 매립해 달라고 요청하고, 목공팀에서 콘센트 위치를 빼 놓고 단열을 할 수 있게 미리 소통였다. 인터폰 단자와 티브이 단자 처리를 위해 목공하는 중에 방문할 수 있게 일정을 잡았다.


(4) 철거가 진행된 후에 다시 목공팀장님에게 알려드려야 할 사항.

문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철거와 설비가 진행된 후에 욕실 문 두께와  넓힌 후 욕실 문 크기 측정해서 알려드렸다. 걸레받이 시공날짜는 바닥공사가 끝나야 하기 때문에 따로 오신다고. 날짜 조정 결과 사항을 알려드렸다.


 


* 인테리어 원 북(윤소연, 디자인하우스) 철거부터 스타일링까지 한 권으로 끝내는 셀프 리모델링 개척기

** 건설용어 중 속어. 스위치나 콘센트 위치를 옮기는 작업으로 무지막지한 소음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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