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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긍 Oct 10. 2020

“새 집을 사지 그랬냐”

 

공사하는 내내 시흥동의 언니네 집에서 지냈다. 살던 집의 이사 일정을 내가 잡을 수 있었는데, 인테리어 공사 기간을 생각하지 않고 이삿날을 잡은 바람에 한 달 동안 보관이사를 하게 되었다. 우리집과 언니네 집은 왕복 80 킬로미터, 통행료를 5,800원이나 내고 다녀야 할 만큼 먼 거리에 있었다. 공사하시는 분들은 하루를 일찍 시작하시기 때문에 아침 8시 이전엔 현장에 도착했어야 해서 긴 겨울 아침해를 매일 보고 다녔다. 굉장히 피곤했지만, 대신 오랜만에 언니랑 같이 지낼 수 있는 것은 좋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상을 가까이하면서 보냈던 자매의 시간. 항상 하나가 나쁘면 어딘가 다른 하나는 좋아지는 진리.      


 공사 초기에 언니네 집에 부모님도 와 계셨다. 집을 사고 고치고 하는 다 큰(늙기 시작하는) 딸이 기특하신 부모님. 세상 일, 특히 매매, 수리 등의 집 사기 과정이 도통 낯선 부모님은 '마음'으로 응원해 주셨다. 그 마음의 깊이와 순도를 아는 나는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공사를 마무리 잘해서 더 기쁘게 해 드려야지 했다. (이런 점에서는 나이 드는 게 아깝지 않다. 부모님이 곁에 계셔 준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한 줄 알게 철이 들어서 다행이다.)


 아직 고치지 않은 집을 찍어온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에구 고치느라 고생 많아서 어쩌냐. 새 집을 사지 그랬냐'' 

하셨다.      

 하하하. 엄마. 새 집은 살 수가 없어요. 너무 비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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