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의 그녀에게 아름다운 하루로 기억되길
[오늘의 감정: 불편함] 아름다운 가게의 그녀에게 아름다운 하루로 기억되길
틈틈이 쓰지 않으면서 멀쩡한 물건들을 모아둔다.
그리고 근처 갈 일이 있을 때마다
트렁크에 모아둔 물건을 싣고
‘아름다운 가게’로 향하곤 한다.
오늘도 그렇게 모아두었던 물건들을 한가득 싣고
기부를 위해 그곳으로 향했다.
이제 20대 정도 되었을 앳된 모습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 분 덕에
평소보다 빨리 기부물품을 처리했다.
잠깐이었지만, 그녀가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는
진심과 일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졌었다.
그렇게 할 일을 마치고 돌아서는 눈길을
출구 옆에 위치한 책 코너의 그림책들이 사로잡는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그림책을 지나치지 못하고 그곳에 서서
기부물품을 처리한 짧은 시간과 비교할 수 없는 긴 시간을 머물렀다.
그렇게 얼마를 그림책에 빠져있을 때,
한 고객의 음성에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그 고객의 음성은 어느새 가게 안을 장악하였고,
순식간에 ‘아름다운 가게’는
아름답지 못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환불을 강요하며
직원에게 윽박을 지르고 있었고,
본사에 컴플레인을 넣겠다는 협박을 하며
한참을 그렇게 직원에게 무례한 언어를 퍼부었다.
그렇게 아름답지 못한 그 고객은 가게를 떠났고,
나의 집중은 다시금 그림책으로 향했지만
더는 집중할 수 없었다.
그 불편함에 온 마음이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옆에서 듣고만 있던 내 마음이 이런데...
그 불편한 상황을 직면했던 직원의 마음은 어떨까
마음이 쓰였다.
한 권에 1,000원, 가장 비싼 책이 5,000원.
그림책테라피에 활용하고 싶은 책들을 만난 것도 기쁜데,
책 뒤에 붙여진 금액스티커를 보고
그 기쁨이 더 커진다.
고르고 고른 그림책들을 한아름 안고
계산을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앞의 고객의 계산이 이어지는 동안,
줄을 서서 가만히 직원을 바라보았다.
좀 전에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그녀는 담담하면서도 미소까지 장착한 표정으로
또다시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가 계산할 차례.
가만히 직원을 바라보며 두 손을 꼭 잡고 말했다.
“힘들었죠?”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나를 맞이했던 직원은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지며
눈물이 차오르는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런 자신의 모습에 당황한 그녀는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라는 말을 남기며,
카운터 옆 작은 사무실로 들어갔고,
그녀는 그렇게 흐느꼈다.
무슨 용기에서였을까.
난 그녀를 조용히 따라 들어가 두 손에 온기를 담아
그녀의 등을 가만히 그렇게 두드려주었다.
토닥토닥. 토탁토닥.
그런 모습을 보며 연신 미안하다며 계산을 마친 그녀.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신경쓰이던 나는
계산을 마치고 나와, 길 건너편 편의점으로 향했다.
별거 아닌 이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아주 잠깐이라도 쉬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별거 아닌 이 시원한 음료가
아주 잠시나마 그녀에게
별거인 쉼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계산 중인 그녀의 옆에
가만히 시원한 음료를 두고 나왔다.
세상엔 그런 사람도 있지만,
세상엔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는 것으로
오늘의 그 일이 기억되기를 바라며,
오늘이 ‘아름다운 가게’의 그녀에게
‘아름다운 하루’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그 덕에
불편한 장면을 목격해
불편함으로 가득 찼던 나의 마음 또한
조금 오버일지 모르는 오지랖이었지만,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전한 보람으로 다시금 채워지며
아름다운 하루가 되고 있다.
오늘 산 그림책들을 읽을 때면,
오늘의 아름다운 가게에서의 아름다운 하루를
기억할 것이다.
이렇게 그림책 덕분에
또 하루가 아름다워지고 있으니,
그림책이 점점 더 좋아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