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나이 10살.
아이 생애 최초로 1박2일 캠프를 떠났다.
할머니 집이 아닌, 이모 집이 아닌,
친구 집이 아닌 곳에서
아이가 처음 공식적인 외박을 하는 날.
캠프 신청 기간,
가겠냐는 질문에 신나하며 꼭 갈 거라며
선뜻 신청한 아이는
캠프 전날 밤,
엄마랑 떨어지기 싫다며, 무섭다며, 가지 않겠다며
눈물까지 보이며 그렇게 내게서 떨어지지 않았었다.
그러던 아이는 캠프 당일, 언제 그랬냐는 듯,
“엄마! 다녀올게!” 라며 밝게 웃으며
떠나는 차 안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렇게 엄마는 아이를 낳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의 공식적인 외박이 이루어진 그 날,
아이가 곁에 없는 밤을 맞이했다.
그리고 엄마는 아이를 낳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를 걱정하지 않고, 안심하는 마음으로
아이가 곁에 없는 밤을 맞이했다.
어느새 이렇게 커버렸구나.
어느새 이렇게 자랐구나.
어느새 이렇게 곁에서 떨어질 수 있게 되었구나.
어느새 이렇게 작은 독립이 이루어지고 있구나.
“여보, 기분이 어때?”
엄마와 같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가 곁에 없는 밤을 맞이한 남편의, 아이 아빠의
기분이, 감정이, 마음이 궁금했다.
“나는 퇴근하고 들어오면
둘 다 자고 있을 때가 많으니까...
크게 다른 건 못 느끼겠어.”
아... 그렇구나.
아이와 항시 함께 하던 엄마의 마음과
일을 하느라 항상 함께 할 수 없는 아빠의 마음은
많이 닮아 있으면서도 많이 다를 수밖에 없겠구나.
그러다 문득,
엄마는 엄마 자신의 기분이, 감정이, 마음이
역시나 궁금하다.
엄마는 그렇게 멈추어
엄마 자신의 기분을, 감정을, 마음을
바라본다.
그렇게 마음을 바라보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것임을 알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마주하게 되는
기분을, 감정을, 마음을 마구 적어본다.
먼저 마주한 기분과 감정은
아이를 향한 마음이었다.
세상을 향한 또 한 걸음의 그 발걸음이
대견하고, 기특하고, 뿌듯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삶의 0순위로 삼고
함께 살아가는 또 한 사람,
아이 아빠를 향한
기분과, 감정 그리고 마음을 바라본다.
나의 바다가 되어주겠다며 결혼을 청했던 그.
그는 그렇게 묵묵하고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와 아이의 바다가 되어주고 있음에
언제나 감사하고, 미안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곁에 함께 앉아 있는 그의 손을 꼬옥 잡아본다.
이제 나, 엄마 자신에게로 향하는
기분과, 감정 그리고 마음을 바라본다.
하나의 생명을
이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인간으로 키워냈음에
스스로가 대견하고, 기특하고, 뿌듯하고, 감사하다.
이렇게 해 온 10년처럼
앞으로 또 그렇게 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마음에
기쁘고, 놀라우며,
이렇게 해 나가면 된다는 자신감을 더해간다.
그리고 아이와 나,
우리가 함께 할 앞으로의 날들이 더욱 기대되고, 설레며,
또 어떤 날들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그렇게 10년을 잘 살아온 나와 아이를 향한 마음은
그야말로 감동이며
이 모든 것은 감사의 마음으로 귀결된다.
문득,
언제나 불안과 두려움, 막막함으로 가득했던 엄마였건만
이렇게 바라본 엄마의 감정 속에
부정적 감정이 보이지 않음에 놀라게 된다.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렇게 잘 키워지고 있는, 잘 키워가고 있는
내 마음의 힘을 느끼며,
이 또한 놀랍고 뿌듯하며, 그런 스스로가 대견하다.
아이가 곁에 없는 밤,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해야 할 거 같았고,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하고 싶었다.
반달이 무척이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밤.
엄마는 아이가 곁에 없는 밤을 맞이하며,
문득 깨달아간다.
아이가 곁에 없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함을,
아이가 곁에 없어도
불안하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함을,
아이가 곁에 없어도
아이를 믿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함을,
아이가 잘 자라고 있음을,
그리고 엄마도 잘 자라고 있음을,
그렇게 다시금 깨달으며 명심해본다.
이렇게 무탈하게
하루를 일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음은
평범함을 가장한 또 하나의 기적임을.
또 다시 명심하고 명심하며,
아이가 잘 자라고 있음에,
엄마도 잘 자라고 있음에
또 다시 감사하고 감사해본다.
아이가 곁에 없는 밤,
엄마는 그렇게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대견함을 느끼며,
앞으로의 우리를 더욱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