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그림책 <가만히 들어주었어>

by 세실리아




도서명: 가만히 들어주었어
저자: 코리 도어펠드 글 그림, 신혜은 옮김
출판사: 북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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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내내, 토끼는 테일러 곁을 떠나지 않았어.
때가 되자, 테일러가 말했어.
"나, 다시 만들어볼까?"
토끼는 고개를 끄덕였어.
"다시 해 볼래. 지금 당장."
테일러가 말했어.

출처: 북뱅크 '가만히 들어주었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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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교 후 집에 오는 차안에서 왠일로 조용하다.

"무슨일 있었어?"
"응, 근데 말 안할래."

아이의 말에 조바심이 났다.
'무슨 일일까?'
'그렇게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 잘하는 아이가
말하기 싫을 정도면 얼마나 심각한 일인걸까?'
'왜 말을 안한다고 하지?'

오는 내내 내 머리와 마음은
온통 물음표와 불안이 뒤덮었고
그 마음을 참지 못하고 아이를 재촉했다.

"무슨일인지 알아야 엄마가 함께 이야기 나누지."
"뭔데? 말해봐. 원래 이야기 다 했잖아."
"뭐가 문제인데? 같이 이야기나누면
마음이 좀 더 나아질거야."

그래도 말을 꺼내지 않는 아이를 향한
나의 재촉은 점점 더해졌고,
집에 돌아와 씻고 있는 욕실문을 열고까지 이어졌었다.
한참을 다 씻고 나온 아이가 말했다.

"엄마, '가만히 들어주었어.' 라는 그림책 알아?"
거기에 아이가 블록을 열심히 쌓았는데
새들이 날아가면서 블록을 다 넘어뜨려.
너무 실망하고 속상해하는 아이를 위한다면서
여러 동물들이 다가오는데,
닭은 어떻게 된건지 꼬치꼬치 말해보래.
곰은 화나면 소리질러보라고 하고,
코끼리는 자기가 다시 만들어 주겠다고
어떤 모양인지 말해보라고 해.
또 어떤 동물은 그냥 웃어 넘기라고하고,
누구는 아무일 없던 것처럼 숨으라고 하고,
누구는 그냥 싹 치워버리면 된다고 하고,
누구는 복수해 버리자고 유혹해.
모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이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야.
근데 마지막에 토끼만이
가만히 다가와 들어주고 기다려줘.

엄마, 오늘 엄마는

책에 나오는 동물들 중에 누구같아?"

아...
아이의 말에 가장 먼저 나온 말은 "미안해. " 였다.

아이는 자기 마음도 몰라주는, 기다리지 못하는 엄마에게
그림책을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
또다시 아이에게 배워간다.
그리고 원래도 좋아했지만 아이의 이야기로
더 깊이 다가온 그 그림책을 다시금 꺼내들었다.

재촉하고 다그치게 되는
엄마로서의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는 그림책.
진정으로 함께한다는 것이,
진심으로 공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멈추어 생각하게 되는 그림책.
아이곁에 머물며 아이의 마음을 깊이 느끼는
토끼의 표정을 보며
나마저도 위안과 위로를 담게 되는 그림책.

<가만히 들어주었어>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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