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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츠모우데(はつもうで (初詣で)

늦가을 날씨같은 교토에서 패딩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한국 관광객이다.

얇은 옷을 두 개정도 입고 겉옷을 가볍게 입어도 걸어다니면 땀이 나는게

교토 날씨, 신년 연휴라서 기모노 차림으로 다니는 여자들이 많이  보여도

안추워보인다. 오히려 이맘때 일본 여행에는 패딩보다 우산이 더 필요하다.


엔야스라고 해도 물가는 체감상 20%정도 오른듯하다.

4년 전과 비교하는거라 물가 오름이 당연한것 같아도, 급여가 그동안 20프로 오른게 아니기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일은 한국도 일본도 팍팍하기는 마찬가지일것이다.


한 번 떠나면 돌아오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람 사는 일이다.

2019년 4월, 짐을 싸서 집으로 갈 때는 언제라도 놀러올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었어도

코로나때문이었지만 2023년 1월 2일에 다시 교토로 놀러 왔으니 3년이 넘어서야

교토에 올 수 있었다.


이름부터 후루카와쵸(ふるかわちょう (古川町)라서 변할 게 없을 것 같은 동네도

크게는 아니어도 조금씩은 변한게 있었다.

빵집과 사무실이 붙어있던 보로니아는 길 건너로 이사를 해서 넓어져있었다.


새로 이사한 보로니아 빵집과 사무실

전에 빵집이었던 곳은 카페가 됐고, 내가 일했던 출하부는 원조 3인방(나카무라,후지모토,한카이) 

아줌마들만 남고 전부 새로운 사람들로 바뀌어서 고상이 있을 때의 좋은 분위기는 아니라면서

나더러 다시 와서 일하라며 웃는데, 칭찬의 말이지 싶었다.


일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근이라도 일찍 해서 일을 배워야겠다 싶은 마음으로

학교마치면 다른 아르바이트 아줌마들보다 10분 먼저 들어가서 일을 했었다.

일머리가 있어서였는지, 하마다가 엄격하게 가르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1년마치고 돌아올 때 내 밑으로 들어온 일본 아저씨의 엄격한 사수로

일을 가르쳤으니 이만하면 성공한 아줌마라 할 수 있을것이다.


후루카와쵸 상점가 꽃집 할아버지

후루카와 상점가의 꽃집 할아버지도 전혀 변하지 않으셨다.

언제나 가게를 일찍 열고 늦게까지 앉아서 국화를 다듬던 할아버지는

여전히 굽은 어깨로 꽃을 다듬고 종종거리는 걸음으로 상점가를 지나다니셨다.

반가워서 "할아버지, 오지이쨩" 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랬다간 할아버지 놀라서 쓰러질지 몰라 참았다.

상점가에서 변한건 커피숍이 하나 생긴 것 뿐, 참 징하게 느린 동네가 후루카와 상점가같다.


새로 생긴 커피숍에서 나카무라아줌마를 기다리며 앉아있는데

커피집 아줌마가 나더러 하츠모우데를 하러 왔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친구만나러 온 관광객이라고했더니, 자기도 코로나 전에는 한국에 자주 놀러갔었는데

너무 반갑다면서 일본사람인줄 알았단다.

커피 주문할 때는 짧은 일본어였으니 한국사람의 일본어 발음인 것이 들키지 않았던 거다.


커피집 아줌마에게 오해받은 하츠모우데 (はつもうで (初詣で)는

새해에 신사나 절에 참배가는 것을 말하는데, 후루카와상점가는 헤이안진구와 멀지않으니

그곳으로 하츠모우데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기때문에 그런 말을 들었던거다.


교토의 하츠모우데 3대 명소는 헤이안진구, 야사카신사,후시미이나리신사이다.

하츠모우데를 하러 간 건 아니지만 세 곳 모두 신년 연휴기간에 가봤던 곳이라

교토의 하츠모우데 명소 세 곳을 모두 간 게 되었지만 후시미이나리 신사에 가서

묵주알을 굴리면서 묵주기도를 하고 교토의 성당 두 곳을 찾아가서 기도를 드렸으니

나로서는 교토 성당에서의 하츠모우데가 된 셈이다.

카와라마치 성당과 금각사 앞 키누가사성당 


앉아서 드리는 짧은 기도는 자식들 기도였다.

화서동 성당 성모님께도 부탁드리고, 카와라마치 성당과 키누가사 성당기도에서도 기도했으니

천주교 신자로서의 하츠모우데를 한 셈이지만

나카무라 아줌마 말대로 자식걱정은 기리가나이 (끝이 없다)



그렇다면 새해에 일본인들이라면 대부분 한다는 하츠모우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아침에 방송을 보고 알게 된거지만

1872년 신바시에서 요코하마사이에 일본 최초의 철도가 다니게 되어 도쿄에서 카나가와현까지

참배가 가능하게 된것이 하츠모우데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어쩌다 하츠모우데가 된 교토 여행이었다.

자기 방식대로 하츠모우데!!

모두의 일년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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