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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작귀(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

なんか小さくてかわいいやつ (난까치이사쿠떼카와이이야쯔)

1월에 교토에 갔을 때 받았던 치이카와가 요즘 뜨는 인기 아이템이라는 것을,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알았다.

치이카와짱,(ちいさい+かわいい),ちいかわちゃん

작다는 형용사 치이사이와 귀엽다의 카와이이의 합성어인 치이카와짱들이 요즘 대세라는 한겨레신문

4월 13일 목요일 기사를 보고, 필통 속에 넣고 다녔던 치이카와짱들을 꺼내서 봤더니 얼굴에 때가 끼었구나, 쏘리, 1월에 히라이 선생님에게서 선물 받았을 때는 아까워서 비닐도 안뜯고 가지고 다녔는데 비닐뜯고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책갈피에도 꽂히고 파일 정리할 때도 썼더니 얼굴이 꾀죄죄해졌다.


포켓몬 띠부씰 바람이 지나가고 지금은 '먼작귀'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의 인기로 편의점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 싹쓸이를 해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새벽마다 편의접 앱을 통해 '먼작귀 컬렉션 스마트톡&젤리' 재고량을 검색해서 재고가 뜨는 편의점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 중에 나도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이 안되는 것도 아니다.


포켓몬빵을 사려고 줄서서 설레는 마음으로 봉지를 뜯으며 어떤 녀석이 들어 있을지 얼굴을 보기 전 두근거렸던 마음과 문구점에서 용돈 탕진을 경험했던 이십대를 지나왔기 때문에 새벽 자전거 경쟁에 충분히 소질이 있는 아줌마가 바로 나다.


먼작귀는 일본의 크리에이터작가 나가노가 만든 캐릭터다. 이미 일본에서는 2021년부터 단행본으로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에 단행본 출간이 된 먼작귀들이었는데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이런 식으로 살고 싶어' 라는 일본어'코우이우 후우니 쿠라시따이'라는 문장에서 시작된 게 치이카와라니

작가의 낙서 한 줄은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캐릭터는 소비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사회와 카테고리의 착실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나가노 작가에게 치이카와짱이 먼작귀라면 나에게는 곰돌이 쿠마짱이 있다.

2014년 12월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차를 우리가 가져왔는데 에어컨 바람구멍에 꽂혀있던 차량용 방향제 곰돌이가 내가 가지고 있는 단어 그대로의 먼작귀 중 하나다.

벌써 9년이나 됐다.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는 물건이 많지 않다. 대하소설처럼 쓰셨던 일기장은 가지고 있다가

내가 처분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아버지의 물건들은 코발트 블루 라코스테 카티건, 겨울 덧신, 그리고 곰돌이까지 세 개다.

아버지 차에 있던 차량 방향제 곰돌이

소소한 탕진잼을 위해서 편의점 원정을 가서 먼작귀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세상 쓸데없는 짓처럼 보여도 사는 재미라는게 그렇게 작은 일에 목숨걸 때 만족감이 클 때가 있거든,


편의점 공산품은 아니지만 우리집 화단에도 먼작귀들이 가득하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쳐다보니 삐진 것 처럼 고개만 숙이고 있던 매발톱이 저녁에 와서 보니 피어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봐야 얼굴을 보여주는 새침하고 도도한 꽃이라서 겸손하게 반무릎을 꿇고 봤더니 얼굴을 보여주는 매발톱 꽃이 진짜 '먼작귀'다.


진짜'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들' 그게 우리집에 있었다.


ちいい비닐뜯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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