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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형과 학부모

재작년 3월에 브런치 글에서 등교와 하교에 대해서 쓴 적이 있었다.

02화 part2. 등교(登校)의 계절 (brunch.co.kr)

일본 에도시대 때 학교가 산에 있는 신사에 딸려 있어서 아이들이 학교를 가려면 산에 올라갔다가

수업이 끝나면 산 아래에 있는 집으로 갔기 때문에 학교에 가는 걸  등교(登校),  하교(下校)라고 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영어식 표현으로 하자면 학교에 간다는 말은 I'm going to school 이고 go라는 동사는 위로 올라간다는

느낌이 전혀없지만 일본식 표현으로 번역이 돼서 go(가다)라는 동사가 오를등이 된 것이다.


딸이 고등학교 때 상명대학교에 콩쿨을 나간적이 있었는데 상명대학교는 진짜 산에 있었다.

위치가 그 정도는 되어야 등교와 하교라는 표현이 맞다고 할 수 있지 걸어서 몇 분도 안되는 길도 안건너는 초등학교에 오면서 등교와 하교를 쓰기에는 아니다 싶지만 달리 바꿔쓸수있는 말이 생각나지 않으니 등교와 하교는 그냥 안고 가는 수 밖에 없지만 등교까지야 그럭저럭 받아들이고 쓴다 쳐도 학부형(學父兄)은 

좀 아니다싶다.


학생의 보호자가 아버지나 형이 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 학부형이다.

여자를 가르치지 않았던 시절에 학교에 보호자가 갈 일이 있으면 아버지나 형이 대신해서 갔던 데서 유래된 말이 학부형인데 학부모라는 좋은 말을 두고도 다른 집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축하하는 말로 

"학부모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가 아니라 "학부형되셨네요" 쪽을 더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


등교와 하교야 대체할 말이 없으니 쓴다쳐도 학부형은 학부모라는 단어가 있으니 바꿔쓰도록 합시다!!


그래도 돌봄교실로 아이들을 보내는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귀가 시간으로 연락을 하면서

"하원"이라는 표현을 쓸 때는 진짜 아이쿠 하게 된다.

초등학교 입학한 자신의 자녀들을 "하원시켜주세요"라고 표현하는 건 무슨 마음에서 저러나

하교도 싫지만 하원이라는 표현은 더 싫어서 쓰지 말아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지만 한 번 하원이라고 하는 어머니들은 끝까지 하원이고, 문자에 답해주면서 일부러 내쪽에서 하교라는 단어를 써서 답해도 돌아오는 답은

네, 하원시켜주세요. 그런다.


어머니: 선생님, 우리 땡이 오늘 3시에 하원부탁드려요.

나 : 네 알겠습니다. 3시에 하교시킬게요.

어머니:네, 3시 하원이요~. 감사합니다. 하고 끝난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구나. 


하교와 하원이 뭐 그렇게 중요하다고, 아이가 집에 무사히 가면 됐지, 돌봄교실은 그러라고 있는 곳이니까!


글을 쓰면서 찾아봤더니 바꿔쓰면 좋은 말 중에 '녹색어머니회'도 있었다.

엄마들만 교통봉사하는 것도 아니고 아빠들도 할 수 있는데 어머니회라는 말 자체가 엄마들의 일 처럼 울타리를 쳐놓았으니 이것도 부당한 학교 용어다. 그냥 '녹색 부모회'라고 바꿨으면 좋겠다.


돌봄교실로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부모들 중에 엄마만큼 아빠들의 비율이 높다.

그런걸 봐도 아이와 관련된 일에 아빠들이 많이 참여하는데 엄마들만 해야 되는 것처럼 '어머니회'라는 말을 아직까지 쓰고 있으니 가장 늦게 바뀌는 곳이 초등학교 아닐까 싶다.


학부형은 학부모, 녹색 어머니회는 녹색 부모회, 등교는 어쩔수없이 등교지만 등원이나 하원이라는 말은

쓰지 않기

아이 한 명을 키워내려면 얼마나 많은 품이 들어가는데 기껏 키워서 입학시켜놓고 다시 유치원으로 돌아가는 건 아까운 일이잖아요. 학부모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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